<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돈이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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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속에 사는 우리는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IMF를 겪고 난 후 경제가 비틀거리면서 돈 때문에 가족을 잃어버리거나 목숨을 버린 이들의 사연을 듣노라면 돈이 가진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 때문에 행복하고,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을 보면 정말 돈이 웬수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시작부터 바로 돈타령이다. 사기죄로 유치장에 갇힌 와이프는 보석금을 마련하라고 도범(강성진 분)을 닦달하고, 그의 처남인 종만(유건 분)도 머리를 싸맨다. 노총각인 근영(유해진 분)은 사기 원정 결혼에 어머니의 의치 치료비를 날리고 목을 매던 차에 도범의 전화를 받고, 세 사람은 돈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밥집으로 성공한 억대 부자인 권순분 여사(나문희 분)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웃지 못할 해프닝 끝에 권여사를 납치한 그들이 오히려 권여사의 배포와 강단에 휘말리게 되면서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돈 때문에 망가져 버린 권여사 가족들의 원만하지 못한 가족관계가 이런 상황을 가중시키게 된 것이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는 권여사의 자식들은 실은 사회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일지 모르나,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생활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그녀의 친자가 아니고, 권여사의 일행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그녀의 돈과는 무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황은 더 아이러니하게 흘러간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납치범들과 인질의 성공적인 협작에 위급하게 느껴져야 할 납치극은 코믹하게 전개되고, 그 가운데 정치가, 사업가, 부자의 2세를 대변하는 권여사의 자녀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현 세태를 적나라하고 극단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러나 단순히 세태의 희화화에만 그치고 있지 않다. 우여 곡절을 겪으며 성공한 납치범들이 받은 몸값은 500억이 아닌 겨우 5천만원이었으나, 도범의 일행은 앞으로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권여사로부터 선사받는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노하우인 국밥을 만드는 비법을 선사한 것이다. 이 한권의 낡은 노트로 권여사는 막장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건져 주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일러준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갈등을 넘어선 노년과 젊은 세대 간의 화해 그리고 가족 간의 화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뭔가 좀 김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인 권여사가 다른 인물들에 비해 너무나 크게 부각되어 버린 것과 납치극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노력이 생각보다 재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통쾌한 역전씬도 없다는 것이 그러하다. 심오하게 생각해 볼 거리를 주는 영화는 아니라 해도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돈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를 생각해 보게 된다면 그 또한 의미있지 않은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납치범들과 인질의 성공적인 협작에 위급하게 느껴져야 할 납치극은 코믹하게 전개되고...
이 영화는 그러나 단순히 세태의 희화화에만 그치고 있지 않다. 이를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갈등을 넘어선 노년과 젊은 세대 간의 화해 그리고 가족 간의 화해다.

글/ 조윤재  순천대학교 강사 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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