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川下)를 생각하며,
‘목육(木育)기본법’제정을 추진하는 일본
 
이남호  전북대학교 목재응용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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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은 임야청이 중심이 되어 ‘목육(木育)기본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목재와 다정하게 !, 목재를 바로 알고, 목재를 가까이에 !’가 목육의 슬로건으로서 맨 처음에는 삼림이 풍부한 홋가이도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전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중앙 정부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산림면적이 전 국토면적의 70%가량을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용품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과 같은 공업제품이 차지하고 있고, 이용되고 있는 목재조차도 대부분을 외국산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재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기능인도 점점 고령화 되어가지만, 이를 계승할 젊은 세대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야말로 ‘목재 문화’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조금도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사회·경제의 글로벌화나 도시화의 진전 등은 생활의 편리성과 선택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고,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바꾸어 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효율중시형 사회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소자녀 고령화나 핵가족화의 심화는 이웃이나 인간관계를 매우 각박하게 만들어감으로써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함께 놀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감성이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장(場)도 더불어 줄고 있다. 이것이 ‘목육기본법’을 제정하려는 배경중의 하나이다.

또한 삼림의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무를 벌채하는 것과 우리 주변에 목재를 쓰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인식이 우리의 식탁에 ‘나무 젓가락’ 대신 ‘스테인레스 젓가락’을 올려놓고 말았다. 법의 보호를 받아가면서. 하지만 나무젓가락이 사라지면서 저급소경재의 유효활용이나 간벌의 일부도 함께 빼앗아 갔다는 점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최근의 소비활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고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것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서 있을 수도 있고, 상호간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리는 목제품에 대한 기대 또한 반감시킨다.

목육은 목재 또는 목제품의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리를 좁히자는 것이고, 생산자가 앞장서서 가까이 다가가자는 것이다. 숲은 강의 상류 (천상;川上)에 있지만 목재나 목제품은 강의 하류(천하;川下)에서 쓰여 지고 있다. 나무 뿌리에서 술잔 하나의 크기로 시작한 물은 강물이 되어 도시를 이루고, 다시 비가 되어 산에 뿌려 지는데, 우리의 시선은 언제까지 천상(川上)에만 머무를 것인지 ? 천하(川下)를 다스릴 줄 아는 숲이 진정한 숲 아닐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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