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곽 대 웅  서울시문화재위원
 
미국의 작가 펄벅이 40년 전에 쓴 <살아있는 갈대>에서 한글은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단순한 글자”라며 이를 창제한 세종대왕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의 저자 존 맨도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극찬하며 책의 큰 단원 하나를 한글에 대하여 썼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제임스 매콜리교수는 1999년 작고 때까지 20년동안 한글날만 되면 휴강을 하고 동료교수나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음식을 차려 내며 한글날을 기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집에는 세종대왕의 초상이 걸렸고 “언어학자로서 세계의 위대한 유산이 탄생한 날을 찬양하고 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했다는데,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던 한글날이 지난 1991년 단순한 기념일로 격하되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국경일이 됐다. 그나마 다행한 노릇이기는 하나 공휴일이 아니므로 한글과 세종대왕에 관련된 여러 가지 행사가 뜸하게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국내 중요일간지인 <ㅈ신문>의 올해 561돌 한글날 기사를 보면 어느 재미 화가의 서울 나들이 소식의 절반도 채 안되는 면적에 한글과 한글날에 대한 기사가 실렸고 ‘한강 수상택시 운행예정’소식보다도 훨씬 작은 지면이 할애되었을 뿐이다.

세계 30여개 주요문자의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평가에서 1위였으며(10여년전 영국 옥스퍼드대학),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문자”(영국 리스대학 샘슨교수의 말)라는 한글에 대한 대접이 너무나도 소홀하다. ‘하이 서울페스티발’, ‘주민센터’, ‘서울메트로’ 등등, 관에서 조차 국어를 홀대하며, 신문·잡지들은 아예 외국말·외국글자로 쪽이름을 달아놓고, 새로 지은 아파트 이름마다 온통 국적없는 이름을 지니고 있으니 앞으로 나랏말·나랏글이 어떻게 될지 가늠되지를 않는다.

‘서울메트로’로 바뀐 서울지하철도에선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하는 것이 ‘자동미닫이가 열립니다’하는 안내 방송보다 더 친절하고 안전하다고 보는가? 한글뿐만 아니라 국어사용도 요지경이다. 글자와 언어는 실과 바늘이다. 그래서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쓸모가 없어진다. 한글 홀대는 세종대왕의 깊은 뜻을 배반하는 것이며 문화수준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종로(탄생지는 인근 통인동)에는 없고 엉뚱한 여의도에 있다. 세종로에는 대왕의 초대업적인 한글을 기리는 기념탑도 없고 이름만 세종을 붙인 세종문화회관과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을 뿐이다. 일제의 조선총독부 청사였던 건물이 철거된 후 이순신장군의 동상위치는 그 뜻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여의도(섬)에 있는 국회의사당 정문 쪽이 세계적 해군명장이며 절세의 충신인 이순신장군동상의 더 마땅한 위치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을 격려하는 상징성을 지닐 수 있기에….세종로(광화문)에는 온 인류를 품에 안을 듯한 모습의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창제기념탑을 세우자. 제자리를 찾아 복원될 광화문 앞 광장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한글날마다 수준높은 전통문화와 한글축제를 벌이자. 한글날에 맞추어 외국 관광객이 몰려오도록 홍보하고, 홍릉의 ‘세종대왕기념관’을 ‘세종대왕박물관’ 또는 ‘한글박물관’으로 승격시키고 개축 확장시키면 좋을 것이다. 글자가 없는 다른 민족들이 한글을 쓰도록 하는 사업을 몇몇 민간단체가 힘겹게 벌여왔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할 때이다.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국제화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창제 이념을 실천하는 길이고 한국이 인류문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한글축제와 한글 국제화운동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또 통일이후에도 조금치의 거슬림없이 힘차게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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