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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작업에서는 도시한옥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에 주목했다. 현대적인 생활의 내용을 넣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축적해 온 시간성과 도시한옥이 지닌 고유한 형상을 지워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회동 k는 그러한 바탕에서 ‘도시한옥의 정취를 지켜가면서 현대주거로 한옥이 성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작업이었다.

△배경=1934년 지어진 도시한옥으로 남북으로 긴 모양의 필지에, 북쪽에서 들어서는 것이 특징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올라가면서 단을 지어 축대가 있고, 남쪽과 서쪽으로 전망이 좋았다. 좁은 대문간을 들어서서 안채를 분리하는 담장과 축대사이의 공간을 지나야 안채로 통하는 문간과 만난다. 필지에 들어와도 집에 이르기에는 돌아가는 느낌이다. 건물은 모두 3채로 안채, 사랑채, 문간채이다. 구조는 분리되었으나, 문간채와 사랑채는 같은 기와지붕을 이고 있다. 인근에 빌라가 들어서서 남쪽의 중요한 전망이 막혔지만, 사랑채는 예스러운 맛과 여유를 지니고 있다.

△내부동선의 통합과 기존 형상의 존중=현대주거로 쓰이는 한옥에서 내부동선의 통합은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기존 방들이 구성하는 공간구조에 따르면서, 안채에서 사랑채, 문간채로 동선이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이 때 원래 한옥의 다락과 입면, 창호 등 기존의 공간과 형상을 최대한 살려내, 이 한옥이 지녔던 축적된 시간성을 지키고자 했다.

△자생적 형상의 존중과 격식화=한옥은 사람이 살면서 필요에 맞게 늘어나고 덧대지기도 한다. 원형을 따른다고 모두 제거를 하면, 쓰기 어려운 불편한 집이 되고 만다. 계획에 있어 이러한 ‘자생적 형상 혹은 부분’을 존중하고, 이들을 한옥과 어울리는 격식을 갖춘 공간으로 만들어 갔다. 사랑채에 붙은 툇마루가 대표적인 예로, 장마루를 우물마루로 하고, 벽면을 세우고 팔각창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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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의 쾌적함과 욕실=이전의 작업들에서 욕실은 최소한의 편의를 해결하도록 소극적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한옥호텔 작업을 거치면서 한옥의 조형공간과 욕실이 잘 결합될 수 있음을 알았다. 문간채에 있던 한 칸 방을 그대로 욕실로 하고, 서까래가 드러나도록 천장을 노출하였다. ‘거주의 쾌적성을 높이는 이와 같은 주거기능과 한옥공간의 결합’이 앞으로 더 많이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고유한 정취와 무덤덤한 구성=사랑채로 넘어가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세월의 떼가 묻은 붉은 조적벽에 붙어 아궁이와 덧지붕이 보인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사랑마당이 열리고 오래된 향나무와 누마루, 담장과 굴뚝이 나타난다. 풍경이 원래 이러했을 것 같지만, 붉은 벽돌은 이 집의 구들 아래에서, 아궁이와 덧지붕, 굴뚝, 담장은 필요에 따라 새롭게 만든 것이다. 고유한 정취에 조화를 이루도록 각 요소들을 틔지 않고 무덤덤하게 구성했다.
 
글=구가 도시건축 조정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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