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서해안에서 시작합시다

작년 12월 7일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비극이 서해에서 일어났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홍콩소속 유조선과 충돌해 배 옆구리 세 군데가 뚫리고 그 곳에서 원유 약 1만 3000여 톤이 흘러나오면서 한반도 최대의 환경재앙이 발생했다. 이 원유는 심한 바람을 타고 태안반도를 휩쓸고 군산 이남까지 흘러들어가 검은 해안을 만들었다. 천혜의 생태보고인 서해안이 1주일도 안돼 기름밭이 되고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서해펜션숙박업소도 예약이 취소되고 손님마저 뚝 끊겼다. 대출받아 펜션을 짓고 운영해오던 주민들도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위기에 처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는 비교조차 안 될 무서운 재앙이 온 것이다.

주말이면 서해를 찾아 개펄 냄새 맡으면서 바지락도 잡고 게도 잡던 천혜의 서해안이 시꺼먼 기름 찌꺼기로 덮여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면서 초토화 됐다.

그러나 우리국민들은 진정으로 위대했다. 망연자실도 잠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퍼내고 또 퍼내도 밀려왔던 기름띠가 걷혀지고 모래 밑에 남아 있는 기름 덩어리 하나라도 파서 주워 담는 그 정성으로 서해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0일세에 45만 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니 세계가 깜작 놀랐을 것이다. 세계방제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서해 재앙으로 우리가 가르쳐 줄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교훈으로 배웠다”고 한국민들의 자원봉사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본보도 지난 18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전직원이 방제물품을 준비해 서해를 다녀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모래였지만 조금만 파면 기름덩어리가 나왔다. 그곳에서 흘린 땀은 어떤 것보다 숭고하고 값진 것임을 다녀오면 자각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원봉사를 통해서 실천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의미도 있었다.

서해가 원상복구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방제작업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인간의 실수가 빚어낸 이 재앙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세계가 놀랄 정도로 확실하게 극복해야 한다. 재난현장에서의 자원봉사는 어쩌면 국민의 의무이자 후대에 물려줄 아름다운 국토를 보존하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 목재기업들도 가급적이면 재난 현장에 들려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당부 드린다. 또 한번의 일회성 자원봉사가 아닌 지속적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서해안의 개펄에서 바지락이 다시 살아나고 갯지렁이가 꿈틀거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이 자연에 보답해야 할 때다. 목재인이여! 새해 출발은 서해안에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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