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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우표 곽대웅 서울시 문화재위원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연일 우송되어 오는 성탄카드와 연하카드를 보는 즐거움도 크거니와 봉투에 붙어 있는 연하우표는 평소의 우편물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것이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그런데 최근 몇 해 동안에는 우편으로 오는 카드가 급격히 줄어들고 그 대신에 이메일카드이거나 휴대전화로 오는 문자인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번에 우편으로 온 카드의 봉투들에는 연하우표이건 보통우표이건 아예 우표가 없다. 외국에서 온 것 말고는……. 우표대신에 하얀색 바탕에 하늘색 선화의 고구려 고분벽화를 응용한 수렵도가 한 귀퉁이에 인쇄되고 검정색의 소인모습과 글씨(국·영문 대한민국 우편 및 가격)가 인쇄된 스티커가 가로로 길게 붙어 있거나 ‘요금별납’ 또는 ‘요금후납’의 둥근 스탬프가 찍혀있을 뿐이다. 우표 대신에 요금별납이나 요금후납 스탬프를 찍는 것은 많은 양의 우편물을 발송할 때에 수고와 시간을 줄이는 편리한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나 스티커붙이기는 왠지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하거니와 우편물의 멋스러움이 없다. 음악이 딸린 총천연색 이메일카드보다도 봉투에 우표가 붙은 카드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봉투로부터 카드그림과 글내용까지 보는 과정 자체에 시각적·행동적 즐거움이 있기도 하거니와 그것을 우편으로 부친 상대방의 행동과정과 마음씀씀이를 생각하면 인간적 향취가 한껏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하우표가 붙은 카드봉투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욱 짙다. 성탄우표를 처음 발행한 나라는 캐나다라고 한다. 그러나 연하우표는 대한민국이 원조국가이다. 1957년 12월 11일에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연하우표 석장이 발행되었다. 한 장은 우표의 왼쪽 어깨부분에 성탄 상징의 별이 들어간 솔방울 그림(15환), 또 한 장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빨간색 매듭노리개 그림(25환), 나머지는 눈 덮인 마을풍경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앉아서 바라보는 강아지 그림(30환) 등 석장이다. 석장 모두가 성탄우표를 겸한 디자인이다. 두 번째 발행된 연하우표(1958. 12. 11)는 눈 날리는 하늘에 방패연을 날리는 세 어린이(15환), 완자무늬 살문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한 술달린 복조리(25환), 설빔을 차려입고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물(지팡이형)을 한 개씩 들고 어깨동무한 소년·소녀의 정면 모습(30환) 등 석장이다. 설날의 세시풍속을 주제로 하되 성탄절의 상징을 약간 가미한 디자인이다. 세 번째 발행된 연하우표(1959. 12.15)는 새해(1960)의 띠동물인 쥐가 등장하며 띠동물의 디자인은 관례화되어 간다. 그러면서 석 장 중 한 장은 성탄절 이미지로, 두 장은 설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정착된다. 군부정치 시절인 1961년부터 4년 동안은 연하우표가 발행되지 않다가 1965년에 다섯 번째 발행이 되는데 이때부터는 한동안 두 가지 디자인으로 나오며, 성탄절 이미지는 디자인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매년 디자인이 바뀌어 발행되는 연하우표는 연말연시의 우편물에서 새로움과 멋과 함께 보낸 이의 정성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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