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문화재 초특급 방화대책 세워야

‘국보 1호’를 잃었다. ‘600년 수문장’이 사라졌다. 600여 년 동안 외침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굳건히 버텼던 ‘국보 1호’ 숭례문이 11일 새벽 1시 54분 화재로 붕괴됐다. 태조 4년 1398년에 완공된 지 610년 만에 발생한 충격적 참사다. 목조문화재관리의 총체적 ‘인재’를 여실히 드러낸 믿을 수 없는 사건이다. 이 화재는 국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1분도 안되는 곳의 소방서에서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했으나 문화재 훼손을 우려 초기진화를 소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10시경 진화돼간다는 속보를 비웃듯 전소붕괴됐다. 몇 해 전 낙산사(2005년)를 비롯해 창경궁 문정전(2006년), 수원 화성 서장대(2006년)화재 때보다 몇 곱절 더 큰 충격을 준 비극이다.

10일 밤 8시 50분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폭삭 주저앉기까지 5시간 동안 보여준 화재진압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의 대처는 그야말로 문화재 규정에 묶이고 목조화재에 대한 소방훈련미비로 때를 놓치고 마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문화재청은 낙산사 화재 이후 중요 목조문화재가 산불 등으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1차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수막설비, 경보시설 등을 설치했다고 하나 전국 124개 목조문화재의 화재를 막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대책임을 자임해야 한다.

소실된 목조문화재를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 백 년된 역사의 혼이 담긴 건축물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참사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목조문화재의 화재는 발생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발생했다면 초기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방화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처럼 목조문화재의 원형훼손을 우려해 스프링쿨러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또 같은 이유로 방염이나 난연처리를 못해 화재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되질 않는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한 꼴이다.

정부는 목조문화재에 대해 초특급 방화대책과 화재진압대책을 반드시 수립해 더 이상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줘서 안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항공사진작가 얀이 한국에 대해 “한국의 도시는 도시미를 고려하지 않고 계획 없이 들어선 건축물과 간판이 즐비한데 반해 한국의 사찰은 일정한 규칙을 갖고 잘 배열된 느낌이다”는 말처럼 전통 건축물과 공간배치미의 한국적 가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세계의 자랑거리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중함은 더해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소중한 목조건축물의 실질적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는 ‘대운하프로젝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관심과 대책을 세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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