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속 나무이야기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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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물들어오면 겨울을 생각해야하는 마음에서 흘러가는 강물을 보러 강가에 나가서 가슴 속에 진하게 밀려오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 익어가는 열매를 생각하며 떠오르는 무궁화는 몹시 예쁜 꽃이거나 향기가 짙은 꽃이 아니다.

 무궁화는 그저 은은한 향기를 지닌 순결한 꽃이다. 우리 선인들은 또 무궁화의 수수함에 좋아했을 것이다. 무궁화는 어떤 의미에 있어, 아니 어떤 의미에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은자(隱者)의 꽃이라 할 수 있겠다.
 
 
 19세기 후반까지 한국은 문명세계에서아주 낙후됐고 세계무대에서도 단절 되어서, 서방에 가장 덜 알려진 나라였는데 1876년 개항을 전후해서 서양인들의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서양에서는 ‘금단의 나라’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이 1885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렀던 것이 조선을 상징하는 가장 친숙한 표현으로 정착되었고 영국 성공회가 발행하여 세계 각국에 배포한 영자 모닝캄이란 선교용 잡지에서 한국의 존재를 알린 홍보 대사 역할도 했다. 그것을 계기로 88 서울올림픽 포스터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가까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동방의 예의 바른 나라(東方禮義之國)’, ‘군자의 나라(君子之國)’등으로 불러왔는데, 이것은 우리의 민족성을 드러내는 명칭들이다.
 
 우리 민족을 일컬어‘배달겨레’, ‘백의민족’이라 한다. 백의민족은 우리 민족이 흰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하는데 흰옷을 즐겨 입은 이유는 집안에 어른이 돌아가시면 3년 동안 흰 상복을 입어야하기 때문에 상복을 벗을 날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예의바르고 어른을 섬기는 민족이란 뜻도 된다.
무궁화의 꽃을 보면 꽃잎은 다섯이나 꽃심 부분은 하나로 된 통꽃으로서 우리 겨레의 단결과 협동심을 닮아 있고 뭉쳐 이를 극복하는 정신을 닮았다.
숫자는 짝수보다 홀수가 안정감이 있고 하나는 너무 적고 셋은 부족함이 있고 일곱은 너무 많은 느낌이다. 그러나 다섯은 오곡(五穀), 오관(五官), 오륜(五倫), 오계(五戒)의 다섯을 생각토록 한다. 보통 꽃은 잎 하나하나가 사방으로 흩어지듯 떨어지는데 무궁화는 피기직전 순간의 모양으로 말려들어 통째로 떨어진다.
무궁화는 깨끗이 피고 깨끗이 진다.
모든 꽃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질때는 더러워지는 것인데, 무궁화만은 곱게 오므라진 뒤에 꼭지가 빠지는 것이 깨끗하게 진다.
 
 
권태원/ 산림청산림휴양등산과
 
[2009년 11월 16일 제 2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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