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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를 살펴보면 고금에 걸쳐 이름을 남긴 몇 개의 해전이 있는데 그 하나로 넬슨제독이 통솔하는 영국 함대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 함대를 대상으로 대승을 거두었던 트라팔가해전(1805년)을 들 수 있다. 이 결과에 따라 나폴레옹의 영국 침략과 전 유럽 제패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한편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영국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 당시 영국의 기함 빅토리아호는 총 1164톤, 대포 102문을 갖춘 목조 범선으로 선체의 주요부분은 모두 참나무 목재로 만들어졌다. 추려 뽑은 재질의 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정도 크기의 배로서는 수십 그루의 참나무가 필요했고 이 해전에 있어 쌍방의 군함은 도합 60척 정도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참나무 목재가 사용되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원소국, 무역입국의 영국은 많은 상선과 이들을 호위하기 위한 군함 때문에 조선용재인 참나무를 인근 여러 국가들로부터 구할 필요가 있었는데 다시 말한다면 참나무는 실로 나라의 흥망을 좌우했던 목재의 공급원이었던 셈이다.
예전부터 감람과 수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수액인 유향, 몰약은 귀중한 향료로 사용되었다. 이집트 왕조 최후의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장미향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목욕 후에는 기피(kyphi)와 사향고양이에서 채취한 향료인 시베트(civette)를 몸에 발랐다고 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파스칼의 유명한 말도 있지만 시저나 안토니우스를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코의 높이만이 아니라 향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CO₂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2009년 11월 9일 국회 기후변화 대책특위를 통과했다. 목재는 나무가 자라는 동안 CO₂가 흡수, 축적된 것으로 대기 중의 CO₂를 그대로 밀봉, 보관하게 된다. 다 자란 나무를 벤 곳에 어린 나무를 심으면 생장하면서 더 많은 CO₂를 흡수한다. 더욱이 자연인 태양의 혜택으로 자란 나무로부터 목재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에너지는 콘크리트나 철 등과 같은 다른 건축 재료에 비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그 만큼 CO₂를 덜 배출하게 된다.
 이처럼 목재는 3중의 의미에서 환경에 공헌하게 된다. 내재 에너지, 지속가능성 및 자원효율성, 독성 및 내구성이라는 4개의 주요인자 모두에 있어 좋게 평가되는 재료 그리고 수명이 다했을 때 재활용 또는 재사용 될 수 있는 재료를 녹색적인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조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녹색재료로는 단연목재를 들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나무와 목재는 녹색경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앞서 나가고 일류 선진국가로의 진입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또 다시 맡게 된 것이다.
국민대학교 임산공학과 엄영근 교수
 
[2009년 12월 1일 제 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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