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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개최된 ‘신한옥 심포지엄’에서는 공주시 한옥숙박촌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신한옥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심포지엄은 5명의 전문가 주제발표와 또 다른 5명의 각계 인사가 패널로 참석해 공주시 한옥숙박촌의 문제점과 신한옥이 지향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심포지엄을 시작하기 전 한옥숙박촌을 둘러본 참석자들은 전통을 과감히 벗어 던진 한옥의 모양새에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전통 한옥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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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옥 모델 제시
이번 공주시 한옥숙박촌에서 3개의 단체숙박동 시공을 담당한 스튜가ENC의 최원철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숙박동에 적용된 새로운 공법들을 소개했다. 우선 가장 큰 특징으로 프리컷한 구조용 집성재를 적용했다는 것. 최 대표는 “공학목재는 함수율 15% 이하로 제조돼 기존 한옥의 부재가 가지고 있던 치수변화와 뒤틀림, 갈라짐 등이 발생하지 않아 건축물의 안전성을 보장된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설계된 도면에 따라 각각의 부재들이 자동생산되므로 현장에서는 간단한 수작업과 조립만으로 구조가 완성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라며 공학목재와 프리컷의 장점을 설명했다.
숙박동의 또 다른 특징으로 전통한옥 구조에 경골목구조공법을 적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붕과 벽체에 적용된 경골목구조공법은 단열과 차음성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경량화를 통해 불필요한 자재 사용을 줄여 비용 절감의 효과도 얻었다. 외관상으로 한옥의 형태를 추구하면서 주택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고 경제성을 갖춘 신한옥의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거듭되는 신한옥 논란
신한옥이라는 용어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전통한옥에서 현대인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웠다는 것이 신한옥이 대두된 이유였다. 한옥이 우리에게 어필하는 아름다움과 친숙한 정서는 그대로 잇고, 전통한옥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신한옥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한옥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공주 한옥숙박촌 역시 신한옥의 모델을 제시했지만, 이 같은 신한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권영상 부연구위원은 “2007년부터 한옥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신한옥은 결국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선 해결과 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옥은 원래 추운 것이니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며 “신한옥으로 여러 건축물들이 제시됐는데, 논란의 핵심이 된 것은 ‘구조’와 ‘지붕’, ‘공학목재 및 철물의 사용’, ‘입지와 마당, 마을의 배치’, ‘품격과 공간 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들이 기존 한옥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고자 한다면 신한옥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는 박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 선수가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쇼트트렉 선수였던 그가 스피듯스케이팅에 쇼트트렉의 훈련방식을 접목했던 것이 큰 성공요인이었다고 한다. 신한옥 개발 방향에서 의미를 던진 사건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옥, 마을로서 이해돼야
신한옥의 개발에 앞서 한옥을 이해하는 데, 건축물 하나에 대한 정보만이 아닌 한옥마을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시립대 송인호 교수는 “이번에 지어진 숙박동은 단지 거대한 한옥이라는 것과 획일적이라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더욱이 숙박촌은 건물이 아닌 도시 또는 마을을 만드는 일인데, 마을을 만드는 방식에서 출발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옥은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마당과 마루, 채와 마당 등 하나의 유기체로 연계돼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남대학교 한필원 교수 역시 “공주숙박촌은 지역성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언덕에 위치했음에도 이를 활용하기보다는 평면적 구성으로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인들의 한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도록 계획해 한옥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옥마을은 그런 의미에서 독자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도시 한옥의 경우, 고밀도를 추구하는 현대도시의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신한옥은 마을이라는 맥락 속에서 공간의 새로운 해석과 정의에 따라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옥마을…컨텐츠가 필요하다
공주시 한옥숙박촌은 시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위락시설이다. 앞서 지어진 단체실 3개 동과 관리동 외에도 이 곳은 개별숙박동과 저잣거리, 공방체험관 등이 추가로 생겨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기존의 한옥마을과 차이가 없이 지역적 특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주대학교 이해준 교수는 “현재 전통한옥에 있어서도 단순히 한옥이라는 건축물의 복원에만 충실하고 있는데, 사실 한옥문화를 계승한다는 측면에서는 한옥과 관련된 다양한 원형컨텐츠의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목원대학교 이왕기 교수 역시 공주시 한옥숙박촌이 한옥은 있으나 담겨있는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한옥숙박촌이 관광자원으로 지어진 만큼, 지속적으로 사랑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딜 가도 비슷하다’며 실망하지 않을만한 컨텐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 대중화, 경제성이 문제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한옥이 주택단지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가장 큰 문제다. 재정지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R&D 투자는 계속될 것이며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목조건축협회 이정현 회장은 “한옥이 활성화되려면 도시형주택으로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분양가가 문제인데, 이는 지금과 같은 단층구조로는 어림도 없는 얘기다. 신한옥이라는 측면에서 한옥의 다층구조 디자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옥의 경제성을 두고 얘기할 때 프리컷과 집성재는 빼놓을 수 없다. 이정현 회장은 “이번 숙박동은 집성재와 프리컷을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한옥의 건축비용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진선필 서기관은 “집성재는 국내에서도 생산되고 있고, 권장하고 확대하려 한다. 한옥으로 적용한 사례를 보고 나니 앞으로 목재자원 활용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시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대학교 이전제 교수는 “신한옥의 활성화를 위해 국내 목재산업의 집성재 생산과 프리컷 가공이 요구된다. 물론 최소한의 시장 규모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국산재의 활용도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학교 전봉희 교수는 “한옥의 활성화 측면에서 목재는 빼놓을 수 없으며 가장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목조건축은 사실상 건축계에서 다루지 않았다. 목재산업에서 목조건축의 명맥을 이어왔을 뿐이다. 앞으로 신한옥을 통한 한옥의 활성화를 위해 목재업계와 건축업계가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을 듯 하다”며 심포지엄을 마무리 했다.

김태영 기자 young@woodkorea.co.kr

[2010년 3월 16일 제 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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