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나는공장 문병원 대표
얼마 전의 일이다. 대표적인 여성단체 한 곳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곧 사무실을 옮겨야 하는데 이참에 책상과 책꽂이를 모두 교체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여성인 만큼 임신과 출산을 고려해 책상을 원목 소재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길게 통화를 나누며 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여성단체의 예산으로는 책상을 만들 수가 없었다. 이들은 결국 MDF로 만들어진 책상을 구매해야 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이런 일들을 흔히 겪게 된다. 물론 형편이 넉넉한 분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제대로 만든 가구는 ‘그림의 떡’일 뿐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도대체 ‘좋은 소재의 저렴한 물건’이란 명제는 성립하기 어려운 것일까.

서구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DIY가 활성화되고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른바 ‘스스로 만들기(DIY)’가 대중적인 문화로 정착되었을 때 가장 수혜를 누리게 될 분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재료의 가격을 낮추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나무를 수입하고 판매하는 업을 하시는 분들이 나서야 할 듯하다. 나무를 구매하기 위해 여기저기 거래처를 알아보다보면 가격이 들쭉날쭉하고, 때론 부르는 게 값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환율이란 명분, 생산지 가격 상승 따위를 명분으로 말하지만 실제 현지 가격을 조회해보면 국내 시장의 상승분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업체 분들의 말씀을 빌면 특정 목재를 특정 업체에서만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거나, 미리 대량의 물량을 확보해두었다가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려 내놓는 경우도 있고 담합의 우려도 있다고 하니 가격 상승 요인이 다양하게 있는 듯하다. DIY를 국민적인 붐으로 정착시킨다면 더 큰 시장이 펼쳐지고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가 시장을 키우자”, 가격을 내리고 안정시키려는 담합, 지금 이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나무값으로는 DIY 문화를 국민 속으로 파고들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의 정책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녹색성장’을 부르짖고 있지만 ‘삽질성장’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정부가 진정한 녹색성장을 원한다면 70년대식 개발 사업에 수십조 원을 퍼부을 게 아니라, 공방에 대한 지원과 DIY 전반을 규모 있게 산업화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서구는 오래전에 이미 일국적인 규모에서만 수백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나무만 하더라도 수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내 산림을 자원화할 수 있는지, 잘 심고 잘 길러 잘 소비하는 산업으로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DIY 비용이 줄어들고 DIY 산업과 문화가 꽃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2010년 6월16일 제 2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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