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아픔을 안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 어둡고 말 없는 그에게 늘 찾아와 부지런히 말을 붙이는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는, 귀찮지만 유일한 그의 친구다. 그러나 밤무대 가수인 소미 엄마가 마약거래에 엮이게 되면서 소미가 납치되자 태식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범죄 조직을 쫒는 태식을 경찰이 추격하면서 베일에 쌓여있던 태식의 과거가 드러나는데….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는 “배우는 잘 생기면 안된다. 주름도 좀 있고 배도 좀 나오고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세파와 세월의 흔적이 남겨진 얼굴은 영화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원빈의 지독히 잘생긴 얼굴은 ‘핸디캡’이요 ‘족쇄’일 수도 있을 터. ‘킬러들의 수다’나 ‘태극기를 휘날리며’, ‘우리형’, 최근의 ‘마더’까지 나름의 연기변신을 시도했건만, 여전히 원빈의 이미지는 “얼마면 돼?”라고 외치던 가을동화의 태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아저씨>는 원빈의 필모그라피에 확실한 터닝 포인트를 찍은 영화다. 이제까지의 원빈이 늘 누군가의 아들이나 동생으로 유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였다면, <아저씨> 원빈은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살상도 서슴지 않는 ‘거친 남성’으로 거듭난다. 연기변신은 꾀하되 꽃미남 이미지는 다치지 않았으니 그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할 것이다.

‘수컷’의 영화를 너무나 찍고 싶었다는 원빈은 이 영화를 위해 강도 높은 훈련과 식이요법을 감행했고, 기대 이상의 매끈한 액션과 착한 몸매를 선보인다. 결과적으로 <아저씨>는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웰메이드 액션영화로서의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폭력의 수위도 상당히 높다. 화려하고 큰, 아크로바틱한 동작보다는 빠르고 실질적이며 효과적인 액션을 지향하는 <아저씨>는 본 시리즈를 떠올리게도 한다. 또한 액션의 설정이나 아이디어가 참신해 관객에게 미학적인 쾌감까지 안겨준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적 성취와는 별개로 드라마로서의 얼개는 다소 관습적이고 허술하다. 세상을 등진 아저씨가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웃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폭력의 세계로 뛰어든다는 설정은 이미 ‘레옹’이나 ‘맨 온 파이어’에서 본 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고, 게다가 이 비현실적인 설정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고 태식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여러 장치들조차 허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김새론이라는 걸출한 아역배우가 있어 감정적인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보니 (이웃집) 아저씨는 이제 푸근하고 친숙한 존재가 아닌,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리고만 듯하다. 그러나 부모로부터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소미를 구하는 것은 결국 아저씨 태식이다. ‘익명성’, ‘타자성’으로 대변되던 아저씨라는 지위는 영화를 통해 ‘유사가족’으로 격상된다. 또한 소미를 찾기 위해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태식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 아저씨(혹은 아버지)들은 현실에서 느끼던 무기력함을 위로 받고 대리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원빈의 비현실적인 미모가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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