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공급량과 줄어드는 소비량은 어느 산업을 막론하고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을 불러 일으킨다. 국내 목재산업이 당면한 상황이야 말로 과당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ㄱ 업체 관계자는 “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야 모르지만, 요즘과 같이 건축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품질경쟁은 꿈도 꿀 수 없다. 오로지 가격경쟁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목제품의 온라인 유통이 늘어나면서 가격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의견이다. ㄴ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상들은 가격을 노출시켜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간의 가격경쟁은 오프라인보다 더 치열하다”며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상들 간에 일어난 가격경쟁이 ‘마진을 안 남겨도 상관없다’는 식의 싸움으로 번져 안타까웠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몇몇 온라인 판매상들이 ㄴ 업체로부터 구매한 제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제공할 것을 암묵적으로 약속했지만, 수요가 줄어든 최근 A업체가 가격을 약간 내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B업체는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격을 더 낮췄다고 한다. 같은 제품을 구매해 간 C업체와 D업체는 앞의 두 업체가 가격을 낮추자 도매상인 ㄴ 업체에 책임을 추궁하기 이른 것. 결국 온라인 판매상들의 가격경쟁이 스스로 마진을 떨어뜨리는 현상을 가져와 도매상에까지 영향하게 된 것이다. ㄴ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각자의 마진을 얼마씩 남겨라 하고 지시할 수도 없고, 놔두면 가격다툼으로 인해 도매상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ㄷ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상이야 다양한 품목을 구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온라인 업체간의 경쟁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로 인해 가격대가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대형수입상과 건자재상으로 이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가격경쟁은 더 싼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시키는 일을 반복시켜 전체적으로 목재산업의 질적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실제로 십 수 년간 목재상을 해왔지만, 품질 향상보다는 저렴한 목재 개발에 힘써 온 것이 사실이다. 이마저도 예전만큼의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격경쟁을 하는 동안 대체재들이 품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해 가격경쟁의 폐해를 설명했다.

이 같은 온라인 유통을 통한 과열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ㄹ 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품질 규격화와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품질이 규격화되고 브랜드화가 되면 제품의 적정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보더라도 제품의 가격이 너무 떨어지게 되면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돼 소비를 꺼리게 된다. 목제품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인식을 확산하면 지금처럼 납득이 안 되는 가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치를 인식시켜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을 형성한다는 말이다.

한편 ㅁ 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브랜드화나 품질 규격화는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꼭 그것이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있는 열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브랜드화 되고 규격화된 제품들도 결국에는 경쟁을 하게 된다. 마루 시장만 보더라도 브랜드화를 이뤄내며 경쟁력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이 꼭 품질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궁극적으로 시장의 경쟁 심화를 조정해 줄 수 있는 제도와 분쟁 조정기관 등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ㄹ 업체 관계자 역시 “정부가 나서서 유통의 흐름이나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경쟁심화로 인한 분쟁 발생 또는 피해 사례 발생 시 이를 조정해 줄 수 있는 기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무 기관인 산림청이 나서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국산재의 경우는 공급량을 조절해서 유통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수입재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다만 문제점에 대한 대책안이 제시되고 확정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체간의 과열경쟁의 원흉은 온라인 판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더 민감하고 오픈된 상황에서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의 유혈경쟁은 개별 기업의 부실은 물론 산업 전반을 약화시키는 발단이 된다. 목재업체들 역시 이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그것이 분쟁과 피해를 막아줄 ‘조정자’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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