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휴업 일주일째인 1980년 5월14일, 당시의 야당인 신민당의 김상진 국회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이 구성돼 동명목재의 휴업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차 부산으로 내려갔다.

조사단 일행과 보도진 등 20여 명은 동명불원 내에 있는 강석진 회장의 별당에서 강 회장을 만나 면담을 시작했다.

김 의원: 과연 소문대로 별장이 화려하다.

강 회장: 이 정도는 서울 사람의 일반 집 규모 밖에 안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서울 살면서 약삭빠른 처세술이나 배워둘 걸 그랬다.

김 의원: 지금까지 수출을 주도해온 동명이 왜 이 지경이 됐나?

강 회장: (담담한 표정으로)내가 고구마로 끼니를 떼워가며 동명을 키우면서 지금까지 낸 세금만 180억 원에 이른다. 50년 전에 400원을 들여 시작한 동명이 이렇게 됐으니 본전은 찾은 셈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아들놈이 목재산업만 계속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다른 부문(중공업을 말하는 듯)에까지 욕심을 내는 바람에 이 꼴이 됐다.

김 의원: 왜 일찍 개인 기업을 주식회사로 바꾸지 않았나.

강 회장: 지난 1973년에 동명의 추정자산이 100억 원 정도였는데 법인체 설립에 따른 세금이 60억 원이 넘어 세금장이 좋은 일 하기 싫어 지금까지 미뤄왔다.

김 의원: 해외의 현지 법인에 거액의 자금이 유출됐다는데?

강 회장: 나는 100원짜리 회사 식당밥으로 점심을 떼우는데 일본 도쿄 등의 현지 법인 직원들이 유흥비나 접대비로 흥청망청 회사 돈을 탕진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금유출설은 사실무근이다.

김 의원: 아들 강정남 씨가 일본에 호텔을 신축하면서 자금을 많이 도피시켰다는 것은 사실인가?

강 회장: (화를 벌컥 내며)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어떤 곳인데 그런 사실이 있었으면 그대로 가만히 두었겠느냐.

강 회장: 동명불원 등 호화건물 짓는 데 들인 돈을 회사에 재투자했더라면 이 같은 자금난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강 회장: 72년 당시 사업이 전성기였을 때에 남은 돈으로 절을 지었는데 무엇이 나쁜가?

김 의원: 앞으로 동명을 정상화하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 회장: 은행에서는 목재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말하지만 목재산업은 인간의 기본생활의 하나인 주(住)에 해당하는 산업이다. 현재의 인구증가 추세로 보아 3년 후면 정부도 목재로 집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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