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11월 11~14일.
안산의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우드워커’의 첫 번째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매년 이 맘 때마다 전국모임을 가져온 우드워커가 올해에는 전시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것. 그 ‘멍석’ 위에서 펼쳐진 우드워커들의 솜씨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상외의 완성도를 보였으며 장르 또한 스피커, 우든펜, 보틀쉽, 나무 액자, 돌하우스 등 자주 접하기 힘든 분야까지 매우 다양한 점이 이채로웠다.

전시회 준비를 담당한 까페 운영진 ‘김반장’(본명 김선일, 본업 여행가이드)의 해설과 함께 우드워커 전시회를 엿보았다.
 

 

▲ 이중기 ‘전통조각보 콘솔’
본업이 음악인 회원이 만든 작품이다. 본인은 전통조각보 콘솔이라고 하지만 다들 ‘몬드리안(’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이란 추상화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근대 미술가) 가구’라고 부른다.

▲ 김석범(엘림전문학교)
엘림직업전문학교 가구디자인학과 학생 및 교사들이 이번 전시회에 단체로 출품했다. 이 미니서랍장은 교사의 작품인데 꼬인 모양의 손잡이가 특이하다. 저렇게 3개의 손잡이를 균일하게 깎는 것이 쉽진 않은 작업이다.

▲ 박상률(매무새공방) ‘체스판’
색깔이 다른 두 나무를 집성해 무늬효과를 냈다. 1㎜만 틀려도 눈에 띄므로 굉장히 정교함을 요하는,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 하동헌 ‘보틀쉽’
보틀쉽(bottle ship)은 옛날 범선이나 유람선, 군함 등 작은 선박 모형을 병 속에 넣어 만드는 것이다. 병 입구보다 작은 재료들을 긴 핀셋을 이용해 병 속에서 일일이 조립하는데, 무척이나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 한용수 ‘빨간코 네로이야기’
나무를 이용해 이야기를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오브제 작품. 관람객들에게 인기투표를 한 결과 가장 높은 표를 얻은, 아기자기한 매력의 작품이다.

▲ 곽충선 ‘천방지축 머릿장’
느티나무에 옻칠을 해 만든 가구다. 보통 옻칠을 적어도 7번 이상은 해야 하는데 이건 일정상 3회 밖에 못한, 사실상 미완성 작품이다.
느티나무는 장수목으로 우리나라 마을 어귀에 서낭당에 있는 나무들 중 70%가 느티나무다. 국산재 중 타 수종에 비해 구하기 쉬우면서도 결이 참 예쁘다.
측판이나 내부는 오동나무를 사용했는데 오동나무는 가볍고 방습효과를 지녀 전통가구에 많이 쓰였다. 옛 시절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가 시집 갈 때 베어서 가구를 만들어주는 풍습도 있었다 한다. 이 작품은 낙동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낙동법이란 오동나무를 살짝 태워서 짚이나 억새풀로 태운 부위를 계속 문지르면 부드러운 심재를 빠지고 강한 심재만 남아 나뭇결이 살아나는 기법이다.
 

▲ 정기삼(푸름) ‘Pacific Cost Maple’
북미산 하드우드를 유통회사인 ‘푸름’의 대표이기도 한 우드워커 회원의 작품인데 나무 상판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이 가장 크다. 상판 끝부분에 나비 모양으로 다른 나무를 끼워 넣었는데 모양 그대로 나비라고 통칭한다. 할렬(갈라짐)을 방지하거나 혹은 미관상 포인트로 하기도 한다.

▲ 김두현 ‘10도 피라밋 책상’
느티나무와 메이플을 사용한 피라미드 형태의 가구다. 저 무늬들이 다 나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긴 것들이다. 아이러니한 것이 나무가 병들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무늬를 나타낸다. 따지고 보면 옹이도 썩은 상처고 용목도 일종의 암 덩어리인 셈이다.

▲ 김두현 ‘느티이각반’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회 작품들 중 가장 공들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 상판이 이음매가 없는 통판이다. 상판 가장자리의 대나무 같이 생긴 것이 따로 붙인 것이 아니라 일일이 조각했고 다리 부분도 각재로 조립한 후 조각한 것이다. 칼자국 하나하나가 아주 섬세하다. 다른 회원들도 모두 고생했겠지만 이런 것은 기계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 김봉환 ‘돌하우스 가구’
이런 미니어처 가구를 만들려면 일반 공구로는 하기 힘들다. 이 작품은 회원 본인이 직접 제작한 미니 목선반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들었다.

▲ 이창순·조찬진 ‘우든펜’
나무를 목선반으로 깍아 만드는 우든펜은 선물용으로 참 좋다. 나무마다 색깔과 무늬가 각기 다르듯 우든펜도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펜이라는 매력 때문에 요즘 우든펜에 빠져드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 이하영 ‘장신구 상자’
이건 상감기법을 응용한 수납함인데, 나무를 문양대로 파내고 거기에 똑같은 문양의 나무를 오려서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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