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11월 11~14일.
안산의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우드워커’의 첫 번째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매년 이 맘 때마다 전국모임을 가져온 우드워커가 올해에는 전시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멍석’을 깔아준 것. 그 ‘멍석’ 위에서 펼쳐진 우드워커들의 솜씨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상외의 완성도를 보였으며 장르 또한 스피커, 우든펜, 보틀쉽, 나무 액자, 돌하우스 등 자주 접하기 힘든 분야까지 매우 다양한 점이 이채로웠다.
전시회 준비를 담당한 까페 운영진 ‘김반장’(본명 김선일, 본업 여행가이드)의 해설과 함께 우드워커 전시회를 엿보았다.
본업이 음악인 회원이 만든 작품이다. 본인은 전통조각보 콘솔이라고 하지만 다들 ‘몬드리안(’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이란 추상화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근대 미술가) 가구’라고 부른다.
엘림직업전문학교 가구디자인학과 학생 및 교사들이 이번 전시회에 단체로 출품했다. 이 미니서랍장은 교사의 작품인데 꼬인 모양의 손잡이가 특이하다. 저렇게 3개의 손잡이를 균일하게 깎는 것이 쉽진 않은 작업이다.
색깔이 다른 두 나무를 집성해 무늬효과를 냈다. 1㎜만 틀려도 눈에 띄므로 굉장히 정교함을 요하는,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보틀쉽(bottle ship)은 옛날 범선이나 유람선, 군함 등 작은 선박 모형을 병 속에 넣어 만드는 것이다. 병 입구보다 작은 재료들을 긴 핀셋을 이용해 병 속에서 일일이 조립하는데, 무척이나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나무를 이용해 이야기를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오브제 작품. 관람객들에게 인기투표를 한 결과 가장 높은 표를 얻은, 아기자기한 매력의 작품이다.
느티나무에 옻칠을 해 만든 가구다. 보통 옻칠을 적어도 7번 이상은 해야 하는데 이건 일정상 3회 밖에 못한, 사실상 미완성 작품이다.
느티나무는 장수목으로 우리나라 마을 어귀에 서낭당에 있는 나무들 중 70%가 느티나무다. 국산재 중 타 수종에 비해 구하기 쉬우면서도 결이 참 예쁘다.
측판이나 내부는 오동나무를 사용했는데 오동나무는 가볍고 방습효과를 지녀 전통가구에 많이 쓰였다. 옛 시절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가 시집 갈 때 베어서 가구를 만들어주는 풍습도 있었다 한다. 이 작품은 낙동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낙동법이란 오동나무를 살짝 태워서 짚이나 억새풀로 태운 부위를 계속 문지르면 부드러운 심재를 빠지고 강한 심재만 남아 나뭇결이 살아나는 기법이다.
북미산 하드우드를 유통회사인 ‘푸름’의 대표이기도 한 우드워커 회원의 작품인데 나무 상판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이 가장 크다. 상판 끝부분에 나비 모양으로 다른 나무를 끼워 넣었는데 모양 그대로 나비라고 통칭한다. 할렬(갈라짐)을 방지하거나 혹은 미관상 포인트로 하기도 한다.
느티나무와 메이플을 사용한 피라미드 형태의 가구다. 저 무늬들이 다 나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긴 것들이다. 아이러니한 것이 나무가 병들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무늬를 나타낸다. 따지고 보면 옹이도 썩은 상처고 용목도 일종의 암 덩어리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회 작품들 중 가장 공들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 상판이 이음매가 없는 통판이다. 상판 가장자리의 대나무 같이 생긴 것이 따로 붙인 것이 아니라 일일이 조각했고 다리 부분도 각재로 조립한 후 조각한 것이다. 칼자국 하나하나가 아주 섬세하다. 다른 회원들도 모두 고생했겠지만 이런 것은 기계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이런 미니어처 가구를 만들려면 일반 공구로는 하기 힘들다. 이 작품은 회원 본인이 직접 제작한 미니 목선반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들었다.
나무를 목선반으로 깍아 만드는 우든펜은 선물용으로 참 좋다. 나무마다 색깔과 무늬가 각기 다르듯 우든펜도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펜이라는 매력 때문에 요즘 우든펜에 빠져드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이건 상감기법을 응용한 수납함인데, 나무를 문양대로 파내고 거기에 똑같은 문양의 나무를 오려서 끼워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