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를 파는 시장. 필요한 목재를 언제든지 골라서 살 수 있는 곳. 바로 목재시장이다. 국토의 삼분의 이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목재시장이 없다. 유구한 목재문화를 자랑하던 나라치고 목재시장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두 배 넘는 목재를 사용하는 나라지만 양적 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목재의 나라 일본이 오랜 역사를 통해 목재문화를 발전시켜온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일본 교토의 동대사를 세웠던 백제인의 뛰어난 목조기술을 유지 발전시켜오지 못했다. 우리는 한국전쟁 후 콘크리트 일색의 건설정책으로 인해 목조문화가 퇴보하고 목재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목재문화침체기로 선택의 여지없이 빠져들었다. 최근 친환경, 웰빙문화의 전파를 통해서 목재가치의 뒤늦은 발견으로 목재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품질의 목재를 얻는 게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바로 우리에겐 목재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이나 마트를 가듯이 건축이나 인테리어 또는 가구나 공예품을 제작하기 위해 소재를 구하러 목재시장으로 간다. 이 시장은 다양한 사이즈의 목재와 고품질 고급 목재가 집약적으로 배열 돼 사고 팔 수 있는 매개 역할 뿐 아니라 가격과 등급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주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시장이다.

이제 한국의 산은 조림한 지 40~50년이 넘어 4~5영급의 목재가 60%이상을 차지하고 이들 산에서 생산된 목재를 시장에서 거래할 때가 도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조차 하나 없는 실정이다. 팔 사람도 살 사람도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형성자체가 자연스러운 결과의 산물이라 해도 수산시장, 화훼시장, 보석시장, 축산시장 등등이 모두 자연발생적 발전의 결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로는 정책이 우선되어 필요하면 세워질 필요가 있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차원에서 한옥의 부활과 발전 측면도 같은 맥락이다. 목재의 부가가치 창출과 전통과 현대에 필요한 목재의 공급 그리고 산주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도 그렇다. 이제 목재시장에서 원목부터 제재와 가공목제품까지 다양하게 판매되어야 할 때가 됐고 우리도 그 준비를 해야 된다. 이런 관점에서 전체를 볼 수 없었지만 동경의 한 목재시장을 방문하여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일본 도쿄 = 윤형운 발행인

▲ 목재시장 공동창고
▲ 입점 목재회사
▲ 목재시장 전경

동경중앙목재시장

(주)吉野 사라타미 사장

일본 동경 치바현에는 동경중앙목재시장 주식회사 명의 목재시장이 3개가 있고 다른 시장을 합하면 7~8개의 시장이 있다. 동경중앙목재시장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목재시장은 포안(우라야스)에 한 군데 사가도(요쯔가이도)시와 성전(나리타)시에 두 군데가 있다. 이 시장의 이름은 시바이 시장이라 부른다. 이중 포안에 있는 목재시장은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인데 주로 국산재를 다룬다.

국산 느티나무 대각재
일본에서 생산되는 삼나무, 편백나무, 낙엽송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녹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등 활엽수 고급 목재들이 판매된다. 포안시에 있는 목재시장은 2만1000평방미터의 부지에 4000평방미터의 공동창고가 있다. 여기에 18개 회사가 각각의 창고와 사무실을 두고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도매상을 통해 사와 중간상과 소매점에 납품하고 있다. 이곳 목재시장은 국산재를 집중적으로 거래하는데 연간 720억 원을 거래하면 한 회사기준으로는 약 40억 원을 판매하고 있다. 건축에 필요한 기둥, 보, 벽재, 마루재를 비롯해 내부 인테리어와 가구에 필요한 넓은 판재가 즐비하다. 목재시장에는 길이 10미터, 직경 80cm가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 기둥재(사진 7)가 여러 개가 있었고 할렬에 대비해 할렬방지 우레탄 도장이 칠해져 있었다.

목재시장에서 판매되는 국산재 들은 각각 산지와 등급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이들 등급은 JAS(일본농림규격)에 의해 생산 공장에서 자체 등급 판별해 표시된 것들이라 한다. 표시등급은 이곳 목재시장에서 한 눈으로 비교가능하기 때문에 등급을 자의적으로 매기는 일은 할 수 없다. 이런 기능은 목재시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본에서는 목재등급을 위해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등급 판정사(grader)’를 따로 두지 않고 오직 JAS 기준에 의해 판정한다고 주식회사 요시노(吉野)사의 사라타미 사장(사진 11)은 설명해 주었다.

동경중앙목재주식회사의 포안 시장은 다양한 사이즈의 수종별 국산목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색에 따른 차이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목재를 소중히 하는 일본인들에게 이런 시장 역할은 절대적이다. 좋은 집, 마음에 드는 집을 짓기 위해선 좋은 목재소재가 필수인 문화 속에서 목재시장 또한 역사적 필요성에 의해 설립됐다. 전통식의 건축이던 현대식의 건축이던 일본 건축에서의 목재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들에겐 아무리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대를 물려 내려줄 목재에 대해 기꺼이 감수한다. 하나에 수 백 만 원하는 기둥이나 보 또는 현판재 등을 구매하는 사례는 흔하게 보는 것이다.

여기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목재는 우리 국산목재가격의 5배에서 10배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일본인들의 목재 애정은 그 만큼 각별하다. 그렇다고 모든 목재를 비싸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집안에 가장 소중한 부분에 쓸 목재에 한 해서 비싼 값을 치른다는 애기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동경 근처의 일본 집을 구경하면 겉은 정말 매력 없는 데 반해, 집안으로 들어서면 잘 깎고 다듬어진 목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우리의 북미식 목조주택은 골격이 목재이나 목재의 매력은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지만 일본의 집들은 목재가 내부에서 많이 노출되는 특징이 있다.

가구나 침구들도 대부분 목재로 되어 있어 이들의 목재애정은 오랜 전통에서부터 대물림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솜씨 좋은 목수라도 잘 건조되고 잘 가공된 목재가 없다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솜씨 좋은 목수를 위한 좋은 목재소재의 공급은 이 목재시장이 있어 가능하고 집안의 보석이라 할 만한 명목(名木)의 존재는 집안의 품위를 대변해 주는 것과 다름없다. 사고 싶어도 살수 없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우리의 환경과는 한 참 다르다. 목재시장의 존재는 그 나라의 목재문화의 수준과 비례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시바이 시장
목재를 판매하는 시장은 시바이시장과 목재센터시장로 나눌 수 있다. 시바이 시장은 생선과 청과시장과 함께 매월 정해진 날에 열린다(동경중앙목재시장은 매주 수요일). 전국에서 모여든 도매상이 이 시장을 통해서 도내 및 근처 지방의 목재업자의 목재(내재, 외재, 신축건자재)를 모아 경매 한다. 목재를 모아 배치하는 것은 시바이 도매상의 업무이며, 반출 시에는 운송장의 작성과 개수점검, 판매집계, 청구서작성, 수금업무를 한다. 시바이 시장에는 단식시장과 복식시장의 두 가지 패턴이 있다. 단독으로 수하물을 모아서 판매, 수금 등 일절의 업무를 해주는 단식시장에 비해 복식시장은 수하물을 모으고 판매하는 업무를 각각의 도매상이 책임진다. 시바이 시장은 장소, 설비를 제공하고 수금과 계산 그리고 수하물의 양도 등의 시장업무를 맡는다. 이를 시바이 방식이라 말한다. 동경중앙목재시장은 수도권에서 유명한 복식시장이다.

시바이 시장과 목재센터의 차이점은 시바이가 일정한 날에 경매로 판매하는 데 반해 목재센터는 항상 재고를 갖고 소매업자, 도매상을 상대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하물을 모으는 면에서도 위탁과 계약의 차이가 있다.

목재센터 시장
목재센터는 목재도매상이 한 장소에 모여서 주변의 수요에 따라 우수재, 특수재, 신건축소재, 합판 등의 소재를 언제라도 자유롭게 소매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조직을 말한다. 백화점과 같은 판매방식을 취한다. 목재센터는 목재유통의 가장 새로운 도매구조로서 새로운 형태로 대부분이 시바이시장회사의 겸업 형태를 띠고 있다. 최근 교통사정의 악화와 수도권 의 확대로 인해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교외 주택지의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회사와 시바이 도매상의 교외지 판매망 진출에서부처 시작됐다. 동경중앙목재시장도 시바이 시장을 병설했던 우라야스(浦安)목재센터에서 시작해, 치바현의 요쯔가이도(四街道)시의 치 바목재센터 또한 치바현의 나리타(成田)시에 치바제2목재센터가 있다.

목재센터는 시바이 시장의 조직화된 소매업자와 수금체제, 전문적 매입, 판매력을 가진 도매상이 일체화 되어 있는 방식으로 한편의 복식시장의 변형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매상과 시바이 회사가 남는 것과 부족한 것으로 서로 보완하는 등, 수요지에 직결하고 많은 이점들과 특색이 있는 목재센터는 현재 관동지역 일대에 흩어져 있으며 앞으로도 비약이 기대되고 있다.

▲ 시바이 시장의 장점과 거래 요령
▶ 시바이 시장의 유래
이 목재시장의 기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왕 11년(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성을 쌓아 올리자 각지에서 상인이 모여 상업이 비상하게 발전했고, 목재상도 운반에 편리한 근방에 가게를 차리고 번성하며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그 후 게이죠, 원화의 난에 의해 일시적으로 이들 상인도 피난을 갔지만 원화 이래 세상이 평정을 되찾고 다시 목재상점들이 돌아오며 여러 지방으로부터 목재가 오사카에 집중되게 되었다. 이를 더욱 번성하게 하기 위해 많은 양의 목재를 출하하던 코우지(高知)현에서 막부에 부탁하여 이타치보리 하천에서 목재시장을 여는 것을 허가 받았으나 오사카의 목재시바이시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시바이 시장이 들어서자 판매방식이 신속 간편하여 여러 지방의 수하물주가 자신의 목재를 시바이에서 널리 팔기를 희망하고 그 요청을 받은 목재상점은 연달아 시바이에서 거래를 행하여 대단한 발전을 이뤘다. 메이지 시대를 거치면서 단순판매를 넘어서 도매 및 중개업무가 도입됐고 조합이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1940년경 몇몇 목재시장은 오사카목재시장으로 일체화돼 목재의 일대집단시장으로 공공의 역할을 다해 왔으나 1942년경 목재통제법에 따라 시장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5년 뒤 시장이 재개장되고 여러 곳으로 확장되어 24개로 늘어났으나 차차 정리 통합되어 지금은 8개의 시장만이 남아 있다.
 

▶ 공정한 시가 작성기관
다수의 도소매업자에 의해 공개 평가 되므로 매매는 양쪽 개인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의해서 공정하고 타당한 시가를 작성한다.

▶  생산지 출하주 측의 입장
판매할 상대에 대한 신용조사가 필요하지 않고 안심하고 판매를 위탁할 수 있다.

대금의 회수가 확실하여 판매루트의 개척과 수금비용의 절약이 가능하다.

시바이 도매상과 긴밀한 연락에 의해 빠르게 시장상황을 입수할 수 있으므로 항상 시장의 선호 품종에 대해 생산능률을 올리면서 상거래시 좋은 기회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시장에 출품하는 목재는 어떤 것이든 전문가의 조사와 시험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생산품이 판매된다. 그러므로 오늘날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재고저장을 위한 큰 장소의 설비비용을 면할 수 있다.

대량으로 출하하더라도 거래방법이 소비자 쪽이 선호하는 소량이므로 채산할 때 유리하다.

▶ 소비자 쪽 거래인 측의 입장
대량으로 출품된 것들 중에서 자신이 희망하는 적합한 목재를 보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적합한 양만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생산지와도 의견을 절충했다 하더라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실제 상품을 보고 입수하므로 운송 중에 일이 얽히거나 출장 여행비용 등이 들지 않는 다. 매입하여 입수하는 것보다 대금지급까지의 시간이 여유로워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  소비자 쪽 거래인에 대한 매도금액한도의 범위
시바이 회사와의 특정체결을 하는 소비자 거래인에 대한 거래한도액은 시바이 회사에 의해 매번 설정된다.

설정된 한도액은 다시 심사위원회를 걸쳐서 승인된 후 결정된다.

한도액 결정 후 시바이 회사에서 정한 보증금을 더해 소비자 측 거래체결번호를 양측 모두 기입하여 받는다.

해제할 경우에는 업무규정에 있는 특정체결서를 따른다.

본인 및 보증인의 인감증명을 필요로 한다. 단, 법인의 경우에는 회사등기초본을 제출한다.

보증인은 두 명으로 도내 및 근처 현에 목재상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으로 회사에서 인정한 사람으로 한다.

거래한도액을 초과하는 매입대금은 현금지불로 한다.

▶ 목재센터의 장점
소비자 측 특정거래체결자는 언제든지 필요에 의한 희망 물품을 쉽게 거래할 수 있다.

보증인은 2명으로 동업의 목재업자로 한다.

매입하여 입수하는 것보다 대금지불까지의 기간이 여유로워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 목재시장 공동창고 내부
▲ 목재시장 공동창고 내부
▲ 목재시장 공동창고 내부
▲ 국산 활엽수 판재
▲ 등급 구분된 각재
▲ 외장용 삼나무 박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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