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시작된 경기침체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건설폐목재나 생활폐목재의 양도 같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이를 원료로 하는 PB 업계 역시 원자재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들 폐목재를 연료로 하는 열병합 발전소들의 원료 구매 러시가 이어져 원자재난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PB 업계에서 소비하던 폐목재 중 연간 20만 톤 가량이 열병합 발전소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톤당 4만원에 폐목재를 구입하고 있는 PB업계로서는 더 높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열병합발전소에 비해 구매 경쟁력이 떨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발전소들은 톤당 4만5천~4만8천 원에 구매하고 있고 톤당 10만원까지는 원자재가격으로 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제도(RPS 제도)에서 목질계 바이오매스 전소발전이 1.5배의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적용함에 따라 열병합발전소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1톤을 사용하더라도 1.5톤을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써야 하는 경우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가중치 1.5배를 적용할 경우 발전소의 구매 가능 수준이 톤당 15만 원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PB업계는 구매력을 상실하고 만다.

ㄱ 업체 관계자는 “펠릿산업을 확대시킬 요량으로 산림청이 지경부에 지속적으로 의무사용에 대한 요청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가중치가 적용돼 사용량이 늘면 수 십 년간 국내 생산을 해오고 있던 기업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ㄴ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공급난은 PB업체가 문을 닫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산 PB가 경쟁력을 잃게 되면 수입산에 의해 가격 결정이 진행되고, 그럴 경우 가구업계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원자재난은 PB업계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화력발전소가 상대적으로 비싼 펠릿 대신 MDF의 원료인 리기다소나무나 제지 원료인 펄프칩까지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목제품 제조업은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펠릿 산업의 성장을 위해 산림청이 나섰지만, 펠릿 산업도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ㄷ 업체 관계자는 “RPS제도로 인해 펠릿이 의무적으로 사용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발전소들은 발열량이나 가격 면에서 펠릿의 경쟁력이 있지 않으면, 펠릿 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폐목재 칩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역설했다. 현재 리기다소나무는 톤당 8만 원, 펄프칩은 톤 당 10만 원 선이다. ㄷ 업체 관계자는 “펠릿 공급에 정부가 얼마나 지원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펠릿은 경쟁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들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은 열병합발전소들의 소비량에서도 알 수 있다. 조사된 바로는 폐목재를 소비하는 전주페이퍼의 경우 하루 사용하는 폐목재가 450톤에 이르며, 이건에너지의 경우도 하루 250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산술적으로 이 두 곳에서 사용하는 폐목재량만 해도 연간 25만 톤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RPS 제도가 활성화될 경우에는 국산 원료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2년 후에는 한국전력이 화력발전소를 강원 삼척에 세우고, 그 뒤로 2~3개소를 더 세울 예정이라고 해 연료로 사용되는 폐목재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점차 공급부족이 심화될 폐목재의 대안으로 PB업계는 임지잔재를 적극 활용하겠다며 산림청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폐목재의 연료화 증가로 인해 PB업체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동화기업 2개의 PB공장 중 제2공장이 1월 말경 영구적으로 폐쇄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자재 공급부족으로 공장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동화기업은 “이번 공장 폐쇄로 인해 공장 근로자 1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화기업의 PB공장 폐쇄는 동화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수년 내에 국내 PB제조사들은 물론 MDF, 제지업계까지 문을 닫을 일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ㄹ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너무 성과에 치중해서 산업을 내려다볼 줄을 모른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엄동설한에 직장을 잃게 되는 사람들을 정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비난했다. 또한 ㅁ 업체 관계자는 “폐목재 연료화는 목재산업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며 “대기오염을 우려한 환경부가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칩연료의 함수율이나 발열량, 연소잔량 등 기준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 유통되는 것들은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원자재 품질을 엄격히 따지는 PB업체와 달리 열병합 발전소는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오염에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의 현상은 산업의 현실을 묵살하고 진행하는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예”라며 “산림청이 펠릿 산업을 활성화 시킬 요량이라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에 대해서도 대안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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