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오랜 세월 중간 유통상이나 가구회사 등 업체를 상대로 번들 판매를 고수해왔던 목재시장에 최근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량판매를 실시하는 곳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인천의 ㄱ합판 전문업체는 요즘 인터넷을 통한 일반 소비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악기통을 직접 만들겠다는 소비자가 UV 코팅 합판을 4장 주문해왔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량판매를 시작했다는 ㄴ목재업체는 한 번의 거래로 500만 원까지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또한 큰 물량만을 취급해오던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도 최근 DIY 공방용 국산재를 생산해 소량 판매에 나섰다.

이처럼 소비자 상대의 소량판매가 확산되는 것은 최근 DIY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일반인들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목재시장에서 DIY족들이 새로운 수요층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번들로만 판매하던 목재업체들도 이 시장을 겨냥해 소량판매를 속속들이 시작하고 있다. 근 2~3년 전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림목재는 지난해 특수목 사업부를 분리, 새로운 법인인 ‘와이엘’을 설립하고 DIY용 하드우드 판매에 나섰다. 또한 경방기업도 2008년부터 ‘하사’라는 인터넷 목재 쇼핑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DIY 목재를 판매해오고 있다. 와이엘의 성열찬 대표는 “최근 가구회사나 악기회사 등 하드우드 빅 바이어(Big Buyer)들의 소비가 크게 감소하고 제조가 중국 OEM으로 많이 넘어가면서 하드우드 시장 규모도 축소된 대신 DIY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반 소비자층의 수요는 늘고 있다”면서 “이 시장을 겨냥해 다품종 소량판매를 통해 목공인들에게 문턱을 낮추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량판매 확산의 또 다른 원인으로 인터넷 발달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목재업체들에 대한 정보가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면서 소매점을 통하지 않고 이들과 직접 거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믿을 만한 회사를 골라 직접 거래를 함으로써 좋은 제품을 도매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과거 목재업체들은 거래처인 중간 유통 건재상을 위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삼가왔으나 이제는 그 수량이 늘어 무시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업체들의 이야기다. 게다가 마진을 높게 붙일 수 있고 선입금 거래라 현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소비자 직거래를 마다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ㄷ업체 대표는 “중간 유통 건재상들은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팔지 말라’고 요청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오는 손님을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업체들은 아예 별도의 법인을 따로 설립해 도소매 유통을 분리하기도 하는데, 와이엘과 하사의 설립이 그러한 예로 꼽힌다. 이들 업체들은 DIY 수요층을 흡수하는 한편 본사의 자투리 목재를 소진하는 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이스임업의 하종범 대표는 “유통의 단순화가 시장의 흐름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는 더욱 중간 유통 건재상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이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와이엘의 성열찬 대표도 “그동안 목재 수입상들은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B2B 중심의 비즈니스에 치중해 왔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B2C 시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라며 의견을 같이했다.

에이스임업 하종범 대표는 “이제 번들로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건설경기 침체로 많은 목재업체들이 힘겨워 하고 있는 이 시기에도 소량판매, 특히 DIY용 목재를 일반인들에게 공급하는 업체들은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한 목재업체 대표는 인근의 DIY 집성재 판매업체에 대해 “비수기인 겨울철인데도 컨테이너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간다”며 부러운 심경을 내비쳤다.

앞으로도 DIY 시장의 확대가 목재업체의 판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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