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스페이스를 살려라”
지난호 <일본 치바 이케아 방문 취재기 上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케아(IKEA)에서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납성이 강조된 제품, 다목적 가구 등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즉 활용하기 힘든 모퉁이나 좁은 공간 등 죽어있는 공간까지 찾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①침대 헤드부분에 책장을 파티션처럼 세우고 그 뒤편의 협소한 공간에 작은 책상을 두어 서재공간을 마련했다. 어느 정도 독립성을 확보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앞뒤가 뚫린 책장 파티션’은 별도로 서재를 둘 수 없는 집에 유용한 아이디어. ②모서리의 숨은 사각지대까지 알뜰하게 수납할 수 있는 선반장. ③좁은 현관 한쪽 벽에 세워두고 사용할 수 있는 신발장. 부피는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꽤 많은 신발이 넉넉히 들어간다. ④손님이 오면 펼쳐서 더 넓게 쓸 수 있는 확장형 테이블
‘DIY’도 원하면 ‘대신’ 해준다
You can do it all yourself. But you don’t have to.(모든 것을 당신 스스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이케아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이케아의 모든 가구는 DIY·조립 형태로 생산돼 넉다운 상태로 판매되며 소비자들이 직접 집으로 사들고 가 조립·설치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인건비, 운송비, 창고비 등이 크게 절감되므로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케아 제품은 좋아도 DIY는 귀찮다”라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을 터. 시간이 없거나, DIY에 대한 요령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직접 가구를 집으로 운반해 와서 조립하고 설치하는 것이 힘든 소비자들을 위해, 이케아는 일정 비용을 받고 ‘대신’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편의성을 도모하고 DIY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층까지 흡수하고 있다.
이케아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로는 ▲가구를 대신 조립해 주는 ‘조립(Assembly) 서비스’ ▲구매한 제품을 대신 배달해주는 ‘딜리버리(Delivery) 서비스’ ▲헌 가구를 이케아의 새 가구로 교체 시공해주는 ‘트레이드 인(Trade-In) 서비스’ ▲이케아 커튼 원단을 원하는 규격에 맞게 커튼으로 재봉해주는 ‘커튼 소잉(Curtain Sewing) 서비스’ 등이 있다.

“품질을 직접 눈으로 보여드립니다”

▲ 이케아는 매장에 제품의 내구성과 강도를 보여주는 테스트 부스를 설치하고 10~15년간 무상수리 보증기간을 둠으로써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케아 제품은 싸고 예쁘긴 한데, 내구성이 떨어진다”라고 이야기하는 소비자들이 간혹 있다.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케아는 매장 내에 소형 실험부스를 마련, 제품의 내구성과 강도를 보여주는 테스트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다. 물론 모든 제품에 해당하는 바는 아니지만, 테스트를 시연하는 제품에 한해서는 10년에서 25년간 무상 수리를 보장함으로써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 하고 있다.

한국 진출 극비리에 추진
국내업체들 유통망 정비 등 대응 준비

지난해 12월 이케아의 한국 진출의사가 알려진 직후, 가구업계는 물론 부동산 업계에서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그동안 해외나 인터넷에서, 혹은 수입유통업체를 통해서만 이케아를 접해봤던 소비자들은 “그동안 못산 한을 다 풀겠다”며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1년이 다 돼가도록 직영점 오픈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어 가구업계 관계자들도 구체적인 오픈 시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구산업협회(KOFA) 이용원 부장은 “수지나 용인 쪽에 매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면서 “올해 안으로 오픈한다고 했었지만,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내년으로 미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또 그는 “2000년 초반에도 한국 진출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 성공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가구임에 틀림없지만, 한국시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이케아가 한국시장에서 성공할지는 향후 5년 내 수익 환수율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우선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근무시간이 길고 여가시간이 짧아 이케아와 같은 DIY 조립 제품은 정서상 맞지 않는다”면서 “조립 서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돈을 지불하면 어차피 가격이 더 높아지므로 그 서비스가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가구업체 관계자는 “H사나 C사 등 대형 가구유통업체는 아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특히 다이소(DAISO: 소품·생활용품 등을 1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체인형 매장)와 같은 소품 유통업체는 타격이 더 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원 부장은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가구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일각에서는 ‘오히려 가구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조차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국내 가구업계에서 직영점을 확대하고 유통망을 정비하는 등 세계적인 거대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것을 보면, 업계의 긴장감만큼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취재_연보라 기자 bora@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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