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담문화재연구소 소장 김익주 박사
목재문화재의 복원과 수리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목재보존 스페셜리스트. 그는 대학에서 임산가공을 전공하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19년간 일을 했고 지금은 경담문화재연구소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목재보존 분야 박사로서 우리 전통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인 목재유물이나 건축물의 유지와 보수를 다루는 특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학에서 고고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목재유물의 복원과 수리 대책을 세워가면서 목재유물의 역사학적 인문학적 의미를 파악하고자 고민하는 남자. 목재관련 문화재영역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전통과 과학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 분야에서 부딪치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어떻게 문화재 보존사업을 하게 되셨나요?
출발이야 소속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쌓인 경험이 우선됐어요. 거대 조직에서 놓치고 있는 틈새시장을 주목했습니다. 또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사업화해도 성공할 자신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재연구소에서 몇 년 정도 일하셨나요?
19년 동안 일을 했어요. 대학에서 목재를 전공하고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줄 곧 일을 해왔습니다. 그때 연구소에 다니면서 박사학위도 받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문화재 보존분야에 입문했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이 분야에 일을 해 보면 어떻겠는가 하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일단 경험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뛰어 들었다 아니다 싶으면 그 때가서 판단하자 했어요. 당시는 엄청난 반향이 있었던 신안해저유물선이 발굴됐던 시기였습니다. 그 배에 실렸던 유물을 인양하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수출은 하던 물건을 실어 나르던 중국고대상선을 복원하는 일에 인력이 필요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신안해저유물선의 복원과정을 어땠나요?
1980년 당시 해저유물선을 복원하는 기술은 선진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앞서 갔어요. 우리는 복원 당시 그들의 경험과 기술을 분석하고 익혀서 신안해저유물선을 복원하는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만들어 갔습니다. 거대한 고대중국선박을 복원하는 데 16년 정도 걸렸습니다. 초기 계획은 20년 정도 봤어요. 당시 실정으로서는 복원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대책을 세우는 기간도 포함됐었습니다.

복원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복원 대상이 워낙 컸습니다. 복원기간 16년 중 8년 정도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선진국의 복원 프로세스도 완벽한 게 아니었기에 지속적으로 복원대책을 세우고 과정을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목선은 도자기처럼 단일대상물이 아니라 복합구성물어어서 소재의 보존 뿐만 아니라 배를 처음 짓는 것처럼 구조에 대한 공학적 계산도 필요했습니다. 복원은 약해지거나 부수어진 구조물을 보강하는 것도 고려를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우리의 목선 복원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의 고대목선 복원기술은 매우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많은 부분의 복원 프로세스가 확립돼 있습니다. 도상 모델링, 실물 모델링, 약품치환과정, 강도보강 프로세스 등 여러 분야에서 복원프로세스가 발전돼 있습니다. 선진국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전통이 지배하는 특수한 환경이겠지요. 특정 유물보다는 전체적으로 보면 역사하는 분들이 배타적이고 보수적 바탕인데 거기서 다른 진보적 주장을 해 일반화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가령 수천 개의 배 조각이 있습니다. 그걸 보존처리해왔던 기존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찾아 다른 새로운 프로세스 적용하려 하면 받아드리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자연과학에서는 실증 실험 결과가 있으면 쉽게 반영되는 반면 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 데 대개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과거에 기존 보존처리 대신 새로운 방식의 보존처리를 적용하는 데도 그 만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과학과 전통은 융합이 안 되는가?
서양은 합리적 이성적 사고가 바탕이 돼 있어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 전통에 있어서만은 합리성과 이성적 사고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 우리 것은 격이 떨어진 것, 천한 것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했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과학적 접근 또는 지혜로운 선택이 있었다는 부분이 부각되면서 뭉뚱그려져서 전통도 과학적이다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보호벽에 숨어있는 비이성과 비합리를 경계해야 합니다. 광화문 현판만 해도 합리적 이성으로 갖는 과학이 접근 됐다면 그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목재문화재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 포럼이 있는 가?
아직 없습니다. 전통과 과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전통의 벽을 허무는 그 어떤 시도도 합리적 접근이라 보지 않고 배척당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토론할 모임이 필요합니다. 광화문 현판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문제를 과학적 바탕에서 토론할 모임조차도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실증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단체나 모임이 있었으면 합니다.

목재문화재 보존사업을 하신지 7년 되셨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문화재의 관리 주체는 국가인데 국가의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지점이 있고 그 틈새에서 발생하는 보수나 유지부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호적 조치나 보전에 관련된 보수 일을 합니다. 망가진 것, 썩은 것, 부서진 것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연구하고 보존처리를 하는 게 저의 주된 일입니다.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면?
목재로 만들어진 것들은 인류문명 초기부터 써 왔는데 온전한 형태가 있음에도 사용기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무엇에 쓰던 물건인가를 밝혀내는 작업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강릉의 군청이 있던 자리에서 목재노가 발견 되었습니다. 나중에 밝혀 보니 장이었습니다. 형태적으로 노처럼 보이나 나무의 재질로 보면 장이 분명했습니다. 물박달나무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목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추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즘 관심 있는 일은?
요즘 문화재급에 준하는 새로운 한옥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는데 유지관리에 대한 부분이 매우 약합니다. 따라서 한옥 건축물들의 유지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유지관리하는 전문적 분야를 개척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를 갖는 유지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김익주 대표 약력
전남대학교 박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회 이사
전라남도 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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