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담문화재보존연구소 김익주 대표
역사를 증명하고 상징하는 문화재에서의 목재의 폭 넓은 쓰임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강조하여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고 구분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목조문화재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을 위한 분야에서 일의 주축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이루는 집단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에는, 목조문화재의 전통적 의미와 가치를 생산하고 알리는 역사분야 중심의 인문학자들과 ‘목수’라는 호칭으로 대표되는 전통기술자들, 그리고 목조문화재의 중심을 이루는 고건축물(한옥)의 양식과 배치를 그려내는 건축설계자들이다.

여기에 더하여 주축집단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목재과학자들이 있다. 목재로 만들어진 또는 목재를 중심으로 재현되거나 복원되는 문화재 분야에서 목재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목조문화재에 담겨있는 전통기술의 가치를 해석하며, 진보된 목재가공기술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목조문화재를 다루는 현장에는 이들의 참여가 거의 없다. 그것은 그간 목재과학자들의 관심부족이 주된 이유이겠으나 한편으로는 기존의 문화재분야를 이끌어온 집단에 의한 참여 장벽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세상의 열린 지식창구와 통로는 특정한 주제에 집중하는 많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 정도로는 성숙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 더 높은 수준의, 고정밀도의, 고순도의 문화재관리를 위해서는 말이나 글로 다할 수 없는 경험에서 오는 각 전문분야의 지혜를 더하여야 한다. 목조문화재의 더 나은 관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앞서가야 한다. 역사는, 문화재는 과거를 바탕으로 하지만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목조문화재 분야에서 소수집단에 속하는 목재과학자들이 먼저 소통을 준비하여 반의나 적의가 없음을 보여야하고, 작은 공동작업 에서부터 시작하여 신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평면적 영역다툼이 아니고 입체적인 새로운 공간에서의 가치창출이 가능하고 필요함을 선전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쪽을 만날 때 먼저 협동을 제안하고, 자기가 받은 만큼 그에게 주어서 이익을 얻는다. 상대가 설혹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만이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시하지 않는 사람들은 소외를 말할 자격이 없다.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과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더 이상 미루지 않는 지금이 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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