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구길본 원장
국가의 산림과 목재산업의 연구를 총괄하는 국립산림과학원의 구길본 원장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 주경기장은 목조로 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목조건축기술을 보유했으나 지금은 콘크리트 건축 일색 문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래서 삼수만에 어렵게 유치한 평창 동계 올림픽 주경기장을 목조로 지어 새로운 건축문화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목조 주경기장은 친환경, 에너지저감기술 건축물이 돼야 하며 벌채기에 접어든 국내목재자원의 부가가치 있는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더 나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상징적 의미를 지닌 올림픽 주경기장은 반드시 목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콘크리트 문화를 탈피해 새로운 건축문화 이정표를 세워야 할 때가 됐다. ‘올림픽 목조경기장 전도사’ 구길본 원장에게 평창올림픽 주경기장을 목조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직접 귀 기울여 들어봤다.

왜 목조 주경기장이 필요하나?
2011년 밴쿠버올림픽 빙상 경기장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은 우리 국민에게도 낯익지만 그 건물이 목조라고 생각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 지역에서 좀벌레 피해를 입은 목재를 활용해 지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 것이다. 이 리치먼드 오벌은 빼어난 건축미와 세계적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고 올림픽이 끝난 이후 사회체육시설로 활용돼 지역경제와 문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도 기존과 다른 경기장이 필요하다.

목조주경기장 건설의 의미는?
동계올림픽이 하계올림픽보다 기술집약적이고 산업집약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올림픽을 치르면서 산업과 경제발전을 도모했다. 이는 역사적 반증이다. 우리가 하계 88올림픽을 치르면서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삼았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무겁고 차가운 철근 콘크리트 일색에서 탈피해 친환경 목조건축이 본격적으로 필요할 때라 본다.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건축을 통해서 사회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한 층 발전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우리가 평창올림픽 사이언스 오벌을 목조로 짓게 된다면 관련 기술의 개발로 인해 새로운 건축기술문화가 태동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이친환경 건축물을 건축문화변화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80m 넘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었던 세계적 목조건축기술을 보유한 민족 아닌가?

목조경기장 건설에 대한 주변 인식은?
내가 처음 김진선 전 강원지사에게 설명드렸더니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 산림과학원에서 자료를 만들어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설명했더니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러 개의 경기장이 지어지는 데 목조경기장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었다. 주변에서는 비용을 가지고 말이 많은 데 실제 철골구조와 비교하면 전체공사비의 차이는 1~2% 밖에 상승하지 않는다. 지붕구조만 비교하면 철골구조에 비해 약 15% 정도 비싸지만 이로 인한 정신적·정서적 혜택은 200% 이상이라 확신한다. 안정성에 대한 문제를 걱정하는데 이미 나가노 오벌과 리치먼드 오벌을 통해 이미 입증됐고 국내에도 상당한 기술축적이 돼 있다고 본다.

리치먼드 오벌은 어떤 경기장인가?
캐나다 리치먼드 오벌 주경기장은 대형 목구조물이다. 철골과 철근 콘크리드 구조물과 목조 지붕구조체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경기장이다. 7000여 평의 넓은 면적인데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동시에 친환경 건축기술이 망라된 구조물이라 평가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각종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어 헬스클럽, 배드민턴장, 수영장 등 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올림픽만을 치르는 시설에서 주민과 동화되는 하나의 커다란 생활체육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했다. 친환경성, 경제성, 사후관리가 올림픽 경기장 건설에 중요한 기준인데 이런 점은 목조경기장이 탁월하다. 캐나다 리치먼드 오벌 경기장은 미국친환경설계위원회(LEED)의 실버등급을 인정받았다.

목조 경기장은 뭐가 다르나?
평창 올림픽 주경기장을 목조로 지으면 서울 숲 면적의 40년생 소나무림이 9년간 흡수하는 CO2량과 같고, 중형 승용차가 지구 1,100바퀴 돌 때 배출하는 CO2양만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국민소득 2만불이 넘어서면 건축문화의 변화가 촉발되는 데 이 분기점이 평창올림픽사이언스 오벌이 목조로 지어지는 시점이 됐으면 한다. 그러면 목조건축물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가 있을 것이다.

주경기장에 사용될 목재는?
우리 산도 벌기령에 도달해 벌목을 해야 할 자원이 많아 졌다. 우선 국산 낙엽송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경기장은 구조재 2500입방미터와 글루램이 2500입방미터 정도 들어 간다. 원목으로 치면 약 15,000입방미터 정도 필요하다. 약 20억 원 될 것이다. 대부분 국산목재로 가능하리라 본다. 주로 강원도산 목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국산재 이용에 있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추진 일정은?
올해 하반기에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국제설계공모를 한다. 선정이 되면 실시설계는 내년 하반기 쯤 완성되고 시공사가 선정되면 2016년까지 완공되게 된다. 2년 정도 예비 경기를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창올림픽위원에서 주경기장을 목구조로 규정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국내건축설계회사와 해외구조설계가 컨소시엄 돼 목조 경기장 건설 제안이 있어야 한다. 여러 회사가 참여해 목구조 설계를 적극 반영해 주었으면 한다.

목조경기장 건설 이후의 인식 변화는?
우리가 개발도상국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20-50클럽에 가입한 나라가 됐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평창올림픽 사이언스 오벌 경기장을 목조로 지어 3만 불 이상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건축문화와 생활문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비용문제는 없나?
목조라 해서 더 들지 않는다. 캐나다의 주경기장 오벌은 목조지붕에 철골 및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47,000㎡에 1,958억 원이 들었다. 물론 호수 조경공사를 포함해서다. 목조지붕공사에만 154억이 들었다. 우리도 동일규모로 가정하면 비슷하리라 본다. 176억 원 정도 예상되지만 22억의 차액은 전체공사비의 2%도 넘지 않는 수준이다. 비용보다 새로운 건축기술과 건축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의지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컨셉 또는 그 이상의 이념을 갖는 건축물을 짓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목재에 있다.

○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약력
   경상대학교 임학과 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
   런던대학교 WYE College 환경대학원 박사 수료
   경상대학교 대학원 산림자원학과 농학박사
   산림청 산림자원국장 역임
   북부지방 산림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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