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황룡사 9층 목탑, 백제의 기술이 전파된 일본의 호류사 5층 목탑…. 탁월한 목조 기술로 이뤄낸 역사의 상징물들은 시대가 흐를수록 그 가치와 의미는 더 깊어지고 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우리는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의 끈기와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받으며 평창을 아시아 동계 스포츠의 허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해 신축 예정인 6개 경기장 중 사이언스오벌(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을 강원도산 목재를 사용해 한국의 고유미를 접목한 목조 경기장으로 지어 친환경 경제 올림픽을 준비하고,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상징물로써 자리매김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평창 동계올림픽, 목구조로 짓자
2010년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 낸 벤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경기장. 이 경기장의 지붕은 목재와 철골을 조합한 약 100m 아치 모양의 보로 지역산 미송(더글라스 퍼)집성재를 사용했고 천장은 2×4 목재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구조와 함께 음향, 고효율 에너지 효과를 고려해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

 

목재로 만든 집성재와 우드웨이브 패널 신공법으로 지어진 이 경기장은 2400㎥의 SPF 제재목, 1만9,000장의 미송 CLT(Cross laminated timber)합판, 2500㎥의 미송과 옐로시다 라미나로 만든 집성재가 사용됐다.

경기장 건설을 위해 캐나다 BC주는 오래 전부터 많은 계획을 해왔고 얼마 전 그린빌딩사절단 등이 한국을 방문해 캐나다 목조건축 기술을 소개할 때 우리에게 강조한 것 역시 “오랫동안 기간을 두고 미리미리 계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은 목구조 공사와 친환경 건축으로 인해 미국친환경설계위원회(LEED)의 실버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리치먼드 오벌 규모의 목조경기장에 사용된 목재 속에 저장된 CO2양은 2,900톤이며 다른 재료 대신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배출이 저감되는 CO2양은 5,900톤으로 CO2 배출 저감량 전체는 8,8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오벌의 경우 주경기장 연면적이 17280㎡로 현수형 목구조로 지어진 바 있는 것처럼 평창 동계올림픽 사이언스 오벌이 목구조로 지어질 경우 친환경 올림픽으로써의 대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산재 이용해 ‘대한민국 상징물’로써 기회 만들자
강원도산 낙엽송과 소나무, 잣나무를 활용해 평창 동계 올림픽이 지어질 경우 강원도의 상징성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올림픽 이후 국제적인 명품 복합스포츠 센터로 운영해 올림픽 이후 거둬 들일 경제효과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평창 올림픽 사이언스 오벌 지붕 구조의 예상 목조 공사비는 154억(214만 원/평당)으로 철골조와 유사하며, 리치먼드올림픽 오벌과 동일 규모로 가정할 때 면적 23,760㎡(7,200평, 8천석), 총 공사비 176억 원(244만 원/평), 국산 낙엽송 원목 21억9천만 원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반 철골조로 지었을 경우와 비슷한 수준으로 세 번의 도전 끝에 개최지 결정권을 따낸 평창 동계올림픽을 멋진 목조 올림픽경기장으로 지어 지역의 랜드마크 건축물이자 대한민국 목조건축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탁월한 목조건축 기술 “우리도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 경주 황룡사 9층 목탑.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인 서기 645년,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 남쪽 벌판에 높이 80m가 넘는 거대한 목조 건물이 탄생했다. 그것은 당시 삼국 중 가장 국력이 약했던 신라가 호국의 상징으로써 선덕여왕 14년(서기 645년)에 건립됐다.

이 목탑이 탄생된 지 20여 년 후, 삼국 중 국력이 제일 약하다는 신라는 외세의 힘을 빌어 삼국을 통일했고(고구려 멸망 668년) 몽고군의 침입으로 소실되기 직전까지 도합 700년 동안을 이 목탑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한편, 백제의 영향을 받은 일본 호류사 5층 목탑은 세계에 남아있는 목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31.5m 높이에 1400여 년동안 2번의 큰 보수만 하고 온전하게 모습을 갖춘 제일 오래된 목탑으로 기록돼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백제 장인들의 솜씨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문화재가 많이 있다.

670년경에 세워진 호류사의 목탑은 백제 장인의 혼이 담긴 건축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류사 5층 목탑은 다른 일본의 목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자로 잰 듯 아래 위 각 층의 처마의 길이가 일정한 크기를 취하고 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탑과는 달리 호류사 5층탑은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드는 체감비가 있는데, 이것은 바로 경주 남산 마애 9층탑의 체감비와 비슷하다. 이러한 사실은 이 호류사 목탑의 양식이 일본보다는 백제나 신라의 그것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구조 경기장, CO2 절감 및 내화성과 차음성 탁월
강원도산 목재로 경기장을 지으면 서울 숲 면적의 40년 생 소나무림이 9년간 흡수하는 CO2 양과 같다. 또 중형 승용차가 지구 1100바퀴를 돌 때 배출되는 CO2양만큼 저감효과가 있다. 또 목구조로 지을 경우 경기 중에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면 기록단축에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목조경기장은 우수한 내진성능을 비롯한 구조 안전성을 보유하며 친환경성과 내화성, 차음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름다움과 따뜻함, 친근감까지 선사한다. 세계적 명소가 될 평창 동계 올림픽경기장을 우리나라에서 산림자원이 가장 풍부한 강원도에서 자란 낙엽송과 소나무, 잣나무로 짓
게 된다면 친환경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그 성과물을 전 국민과 세계 만방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상징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