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재건축 바람으로 헐릴 위기에 있던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 미술사학자이자 전 국립박물관장)씨의 고택이 지난해 11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사들여진 뒤 ‘시민문화재 1호’로 지정 받았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훼손 위기에 처한 문화·자연 유산을 시만모금과 기증을 통해 보존하는 세계적인 시민운동의 하나이다.

2000년 1월 출범한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그동안 강화 매화마 름군락지 매입 등 자연보호 활동에 힘써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문화유산을 사들여 보존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최호진 간사는 “이 집은 혜곡 선생이 늦 가을 달밤에 불을 끄면 영창에 감나무가 추상화같은 구도로 비치고 이른 봄이면 안개가 옅은 보라색으로 영창을 물들인다며 좋아했던 곳”이라며 “앞으로 10억여원의 시민모금을 통해 집을 개·보수하고 후손들을 위한 문화마당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도 이 집에 대해 “조촐한 집이지만 축대 돌, 주춧돌 하나 하나가 조화와 비례로 이뤄져 우리 생활 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며 특히 문갑이며 탁자며 수반 등은 형언하기 어려운 격조높은 분위기를 엮어낸다”고 극착한 바 있다.

장민우기자 minu@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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