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부목 시장이 또다시 엄청난 혼돈 속에 빠졌다. 규격미달 SPF그룹 방부목 생산에 제동이 걸려 갈 무렵 난데없이 ‘개인주택용 가압식 방부목 KS규격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지면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방부기준이 완화될 것이라는 소문에 일부에서는 북유럽 스프러스 방부목을 대량으로 주문하거나 수입산 방부처리목이 국산 방부목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식의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규격 미달제품이 국외에서 대량으로 수입되는 길을 터주는 웃지못할 상황을 만들고 있어 문제다.

방부목은 수차례 지적했듯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 즉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부가 고시한 규격과 품질을 따라 생산 또는 수입돼야 하는 품목이다.

만일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이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산림청과 규격과 품질을 고시하는 국립산림과학원과 시험평가를 하는 한국임업진흥원의 입장이 전제돼야 한다.

새로운 규격을 제정하려면 수년 동안 국가기관에서 철저한 시험을 통해 입증 데이터가 있어야 함은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룰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지 않는 제안이나 신설은 예상이나 예측만을 반영할 뿐 과학적 검증결과가 아니다.

KS를 포함한 고시상의 방부규정 개정이나 신설은 국립산림과학원이나 한국임업진흥원의 검증을 통해서만 인정되고 시행돼야 한다. 검증을 통해 신설이 필요하면 신설하고 개정할 사안이 있으면 개정돼야 한다. 이렇게 해서 업계와 공청회를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고 법을 개정한다면 반대할 명분도 없는 것이다.

방부목 생산자 협의회는 방부목 품질기준 완화(심재 침윤도 예외규정)는 불량 방부목에 면죄부를 주고 국내 방부 제조사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 본다. 모두가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가기 어렵다고 해서 난장판을 만들면 안된다.

규정대로 생산하면 타사와 경쟁에서 밀리고 규정대로 생산한 것을 팔려면 높은 가격 때문에 팔리지 않는다는 시장 논리가 법질서에 우선하는 의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몇 년째 방부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접하면서 행정력 부재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매 맞는 회사만 맞는다. 제일 많이 규격미달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처벌을 피해가는 등 단속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형평성을 잃고 있고 ‘있으나 마나’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정부 당국자는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한 기술표준원에 제출된 ‘주택용 가압식 방부목 KS제정 제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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