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경 국립산림과학원이 정한 합판의 규격 고시(제2012-9호)에 따라 수입합판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었다. 그 이유는 바로 합판의 매 장(한 장 마다) 품질표시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합판규격 고시(제2012-9호) 제5조 합판의 품질표시에 의하면, ‘합판 각 장에 대하여 앞·뒤 판면 중 한 곳에 품질표시를 해야 하며 스탬프, 스티커, 압인 등으로 품질표시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수입합판 업체들은 대다수 ‘현실적이지 않다’며 입을 모았고, 이에 태신의 박경식 대표는 합판의 번들 표기법을 지난 12월 산림청 담당자에게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태신의 박경식 대표를 직접 만나, 그 움직임의 배경과 현 상황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합판은 목재를 얇게 절삭한 단판에 접착제를 도포해 인접하는 단판의 섬유방향이 서로 직교하거나 평행하도록 적층, 접착한 판상제품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목재를 얇게 켜 겹겹이 쌓은 판상제품을 합판이라 부른다.

1996년경에 이미 합판 품질표시를 정부에서 권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그 당시에도 합판의 품질표시의 필요성과 의무가 부여 됐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결국 정착되지는 않았다. 
 
합판의 낱장 품질 표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실적이지 않다. 최근 과자부터 일상생활의 다양한 제품들이 품질표시를 하고 있는 만큼 목제품에도 품질표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입합판은 번들단위 별로 번들 외관에 품질표시가 되어 들어오는데 굳이 번들을 끌러 한 장마다 한국 판매용 품질표시를 해야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이건 마치 새우깡 한 봉지 안에, 과자 조각 조각마다 품질표시를 해줘야 된 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그렇다면 굳이 한 장마다 찍을 필요는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굳이 번들 단위로 합판이 유통되는데 그 번들을 풀어서 한 장마다 찍는 건 낭비다. 

혹시 합판에 낱장 품질표시를 하는 다른 국가가 있는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나라만을 위한 품질표시를 한다면 목제품의 수출입이 어려울 것이다. 수입 합판 중 중국산이 50%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오대양 육대주 온갖 나라에서 합판이 들어온다. 오늘 아침에도 루마니아에서 합판이 들어왔다. 수입된 합판들은 대다수 번들에 생산 공장의 브랜드 이미지를 표시하고, 규격 및 품질과 관련된 세부사항이 기재된 종이를 부착한 채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이번 합판의 품질표시법에 대해 국내 업체와 크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그간 고시라던지 개정에 있어, 수입업체의 의견보다는 국내 생산업체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점이 느껴진다. 합판 산업은 제작국의 인건비가 제품 가격에 기인 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내에서 제조되는 합판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겠느냐? 그렇다보니 현재 합판 시장의 경우 수입 점유율이 80% 정도에 달하고 있고, 합판 수입업체들이 상당수 모인 협회도 있다. 향후에는 합판과 관련된 고시와 개정에 있어서는 수입 업체들도 함께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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