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 홍혜은 기자
지유(指諭)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 지유는 과거 한옥이 지어질 때 목수인 도편수, 대목장과 함께 팀을 이뤄 한옥에 대한 구조를 기획하는 일을 담당했던 존재다. 원래 한옥은 목수 한 사람에 의해 지어지는 집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대 한옥문화원 원장인 신영훈 대목(大木)이 그 역할을 해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옥이 단순하게 거주의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통한옥은 두 부류의 사람들, 기술자 역할을 하는 ‘도편수’와 집짓기의 총감독 노릇을 하는 ‘지유’에 의해 지어졌다. 현재 한옥 건축의 양상을 보면 대체로 도편수나 대목장에 의해 한옥이 지어진다고 받아들여지고 있고, 실제로도 그들의 감독 하에 집이 지어지고 있다.

과거 한옥의 역사를 토대로 보면, 지유의 역할은 기획자였다. 그들은 집에 살게 될 사람의 풍채와 성향을 바탕으로 집의 구조부터 천장의 높이까지 그 삶에 맞게끔 설계하곤 했다. 한옥에 사용되는 ‘목재’가 살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양의 주택 개념과는 다르다. 그들은 목자재를 무생물이라고 생각해 온 반면, 한옥은 목재를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할 공생의 존재로 여겨왔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현재 대한민국의 전통한옥에서 지유의 역할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상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거 문화는 사실상 서양의 주택문화에 의해 변했다. 그 과정 속에서 주택에 대한 의미 또한 변질됐다. 집이 함께 삶을 살아가는 공생의 존재가 아니라, 주거를 위한 물질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한옥에 대한 의미는 사라지고 엔지니어링만 남은 것은 아닌지 깊이있게 생각해야 한다.

경제적인 목적에만 주력한 대한민국의 주택문화를 보라. 서양 주택이 한국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현실, 도시 안에 제대로 된 한옥을 짓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혹자들은 논한다. 하지만 그러한들 그 누가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있을 것인가. 그 누가 먼저 나서서 한옥의 정신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사람이 먹으면 한식이고 한국 사람이 입는다고 한복이 아니며, 한국 사람이 살았다고 한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전통한옥도 신한옥도 의미가 변질된다. 제대로 된 인식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한옥은 그저 한국 스타일의 건축물이 될 뿐이다.

최근 전통한옥과 신한옥의 경계 가운데 끊임없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이 시점, 우리는 깊이 있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잊혀진 지유의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 한옥의 본질을 되찾는 진정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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