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 74호로 지정된 인간문화재 대목장 거암 전흥수 대목장은 자기 일생을 통해 전수받은 선조들의 기예를 후세에 남겨주기 위해 전 재산을 들여 98년도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세웠다(소재지: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152-18번지).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건축 문화재를 실제 모형의 1/10 크기로 축소 제작해 전시했다. 전흥수 대목장을 만나 박물관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짓게 된 계기는?
저는 고향이 예산입니다. 예산에서 후대를 위해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고건축박물관을 짓게 됐습니다. 고건축박물관으로써는 한국 최초로 지은 곳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객지에 나가서 목수일을 했고 어린시절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힘들게 자랐습니다. 목수로서 평생을 살아왔고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목수일이 전부이기 때문에 제 인생의 전부가 된 목수의 정신을 오로지 담아내기 위해 6000평의 부지에 자비를 들여 박물관을 지었습니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중국이나 일본 건축물과 비교할 때 우리만의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우리 민족 정신이 담긴 선조들이 지어놓은 건축물의 모형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고건축박물관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한국의 고건축물들은 우리 민족정신이 담긴 생활공간입니다. 기둥 하나 보 하나를 세워도 선조들의 생각과 손길이 배어있습니다. 저는 지금 나이가 많이 들어 후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건축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저는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가치를 후손들이 잊지 않고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한국 고건축물의 의미와 가치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박물관을 통해서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젊은이들이 느끼고 체험해서 전통건축물에 대해 애착과 전승 의욕을 가지고 전통의 맥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목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은데?
어릴적부터 목재를 만져왔기 때문에 저에게 목재란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외국산 목재가 많이 수입되고 있어서 한옥이라는 한국의 주택도 모두 더글라스퍼나 헴록을 사용해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우리산에서 자란 나무들로 한옥을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공급도 충분히 잘 된다면 더 좋겠죠. 그렇기에 산림청은 우리산에 조림을 정말 잘해서 국내산 원목을 이용해 한옥을 짓고, 또 국내산 원목으로 산업용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무를 조림하는 것에 대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한옥도 짓는 이의 정성이 중요하다
같은 설계도라 하더라도 누가 한옥을 지었느냐에 따라 한옥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목수라고 해도 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일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목수라는 일도 심성이 고와야 하는 일 같습니다. 똑같은 목수가 일을 해도 그 사람의 대인관계도 봐야하고 일을 어떻게 하는지 오랫동안 두고 봐야 합니다. 다른사람 보다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옥을 지어도 대충 짓는 한옥이 나옵니다. 목수에게 목재가 가장 중요하지만 목재를 다루는 목수도 어떤 사람인가를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목재 공급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목재를 수입하는 사람들은 수입에만 급급하지 말고, 목조건축을 짓는 사람들이 욕을 먹지 않도록 건조가 충분히 잘 된 목재, 목재 유통 표기가 명확한 목재가 유통되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목재법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목재도 명확하게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00년된 목조건축물이 안갈라질수는 없겠죠. 나무니까 갈라질 수 밖에 없는데, 얼마만큼 잘 건조시켜서 덜 갈라지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공급자들은 목재 공급에만 급급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지고 목재를 공급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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