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춘만 前 이건산업(주) 대표이사 現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의 품종과 자라나는 지역의 토양, 기후 등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비슷한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도 명품의 맛은 다르다. 명품 와인의 생산 비법이 있는 것이다. 근래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문가도 많이 생기고 해외에서 와이너리(Winery)를 직접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어 와인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필자가 방문한 와이너리에서의 경험과 특히 이중에서도 나무와 관련된 부분만 언급하고자 한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비법 중 나무와 관련된 것은 크게 보면 오크통(Oak Barrel, 참나무통), 코르크(Cork), 숯(Carbone)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오크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오크의 탄닌 향이 포도와 어울려 독특한 향을 만든다. 좋은 와인중에 오크통의 숙성을 거치지 않는 와인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고급 와인은 오크통의 숙성을 거치면 자신의 향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이 오크통도 지역에 따라 그 품질과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지난 5년간 프랑스 오크통의 평균 가격은 850달러, 기타 유럽산은 600달러, 미국산은 350달러 내외였다. 그러나 이중에도 고급품은 4,000달러에 달하고 저급품은 200달러 내외이니 와인 생산에 중요한 요소인 오크통의 가격에 와인 생산업자들은 매우 민감하고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없는 업자들은 오크통을 포기하고 스테인레스통에서 대량 생산하여 저가 와인을 만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오크통과 포도 품종과의 맛의 결합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므로 오크의 선별 또한 중요하다. 어느 지역에서 자라는 어느 종류의 오크가 어느 품종에 잘 맞는지 그 황금 조합을 찾는 것이다. 크게는 프랑스 오크통과 미국산 오크통은 일반적으로 화이트 오크(White oak) 계통의 오크를 사용하고 북유럽산은 떡갈나무 계통을 선호한다.

다음 중요한 것은 나무의 결(Grain)이 얼마나 거칠고 부드러운가를 구별한다. 목재의 결은 거친 결과 부드러운 결로 보통 네가지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오래된 나무에서 일반적으로 고운 결의 재목을 얻을 수 있으므로 역시 오래된 나무가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와인 제조 업자들이 좋은 나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좋은 포도를 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로서 명품을 만드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도 그 품질의 차이는 크다. 오크통의 제조는 옛날 나무로 만든 막걸리통과 비슷한 모양으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둥글게 만들고 이 속의 물이 새지 않아야 하는 등 매우 어려운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목재의 준비(적어도 2년 이상 건조), 곡선으로 모양 다듬기, 조립, 토스팅(Toasting, 불을 쏘여서 곡면을 쉽게 만들며 동시에 향을 증가시킴), 샌딩(Sanding)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좋은 와인 생산을 위해 포도의 선별과 품종 개량이 중요하지만 같은 재료를 가지고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역시 요리의 과정일 것이다. 좋은 오크통이 좋은 와인을 만든다는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크통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고급 와인 생산은 오크통도 비싸지만 관리도 힘들어 중저가 와이너리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들은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하여 목재 판재를 집어 넣기도 하고 목재칩(Oak chip)을 이용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초보자는 어디서 숙성되었는지 그 맛과 향기의 차이를 구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와이너리에 따라서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시기를 달리하며 오크통을 몇 번 사용하는가 하는 것을 정한다. 새 통만 사용하는지 사용한 통을 몇번 재생하여 사용하는지는 생산자의 전략에 달려있다. 때로 한두번 사용한 오크통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근래 국내 골프장에서는 수명이 다한 오크통이 모래통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주류회사인 산토리에서는 위스키를 숙성시키고 버려진 오래된 오크통을 재생하여 가구를 만든다. 대련에 있는 중국 회사와 협력하여 오래된 오크통에 물에 넣고 가열하여 서서히 옛 모습의 판재로 복원시키고 이것을 다시 친환경 빈티지(Vintage) 가구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나무 깊은 곳에 술맛이 깃들어 있을테니 애주가들이 사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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