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F의 역사 Ⅰ

MDF 산업의 태동
우리나라 MDF의 역사는 파티클보드보다 21년 뒤에야 시작된다. 파티클보드 공장이 1965년에 처음 세워졌는데 MDF 공장은 그로부터 21년 뒤인 1986년에 국내에 처음으로 설립됐다.

1984년, 동화기업 MDF 공장 건설 추진
동화기업이 MDF 공장을 건설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은 국내 합판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잃고 사양화 추세를 보일 때였다. 합판제조의 원재료인 원목은 연일 가격 상승을 했고, 그나마도 수입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만들어진 합판은 수출이 잘되지 않아 합판산업은 점점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합판공장들이 시련을 겪고 있을 때였다.
1980년 5월, 부산의 동명목재가 문을 닫았다. 이어서 그해 6월, 군산의 고려목재가 문을 닫았고, 동년 7월 경동목재가 부도났다. 81년 2월에는 인천의 삼신목재가, 12월에는 신신합판이 문을 닫았다. 1982년 우리나라 합판의 수요량은 800만장으로 1978년 1,800만장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많았다. 그러자 결국 전두환 정부는 합판업계 구조조정에 나섰고, 1982년 8월 부산의 대명목재를 문을 닫게 했고, 그해 10월에는 광명목재를 문을 닫게 했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인식한 동화기업 승상배 회장(당시 64세)은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MDF 공장 건설을 계획했던 것이다. 당시 동화기업 승상배 회장의 MDF 사업진출에 대해서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아직 시기상조란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MDF 제조에 대한 전문가도 없었고, 소비자들은 MDF가 어떤 제품인지 잘 알지도 못했으며, 홍보 또한 이뤄지지 않아 이를 찾는 수요자도 많지 않았고 국내 시장규모도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984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MDF는 전량 수입제품이었고 수요량도 10만㎥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상배 회장은 MDF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다른 기업들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MDF 사업진출을 결정하고 이를 빠르게 추진시켜 나갔다.

1985년 동화기업, MDF 공장 착공
MDF 공장 건립을 결정한 동화기업은 1984년말, 인천시 서구 가좌동 제재단지내에 MDF 공장을 지을 부지를 마련하고 1985년초 독일의 짐펠캄프(Simpel Kamp)社와 설비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설비도입자금은 국민은행의 국민리스 자금 200억원을 지원받아 해결했다. 동화기업은 상공부 및 산업연구원과 합께 진행한 MDF 사업 타당성 검토의 자료를 국민은행에 제출하고 국민리스자금을 지원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국민리스자금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국민은행이 전액 출자해 1984년 10월에 설립된 회사였다. 동화기업이 국민리스자금을 이용한 최초의 수혜자였던 것이다. 1985년 8월, 드디어 동화기업은 인천 제재단지내에 마련한 부지에 일산 220㎥(년산 6만6천㎥)규모의 MDF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MDF 공장 건설에는 대성목재의 파티클보드 공장에 근무하다 1977년 동화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박명도 전무(서울대 농대 임학과 출신)가 총괄 지휘를 담당했으며, 역시 대성목재의 파티클보드 공장에 근무하다가 1978년 동화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서경부 부장(서울대 농대 임학과 졸업)이 MDF 공장 건설 감독을 담당했다.

1986년 10월, 동화기업 MDF 공장 가동
MDF 공장을 착공한지 1년2개월만인 1986년 10월, 드디어 MDF 공장이 완공돼 준공식을 갖고 생산에 들어갔다. 국내 최초로 건설된 이 MDF 공장은 5.5㎜ 두께의 건식 MDF를 생산하는 연산 6만6천㎥의 시설을 갖춘 규모였다. 이로써 동화기업은 1975년 파티클보드 공장 건설로 목질 판상재 기술산업 분야에 진출한 이래 10년간 쌓아온 목질 판상재에 대한 노하우를 이용, 목재산업 분야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장치산업인 MDF 산업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MDF 공장 가동, 초기에는 판매 부진
MDF 공장을 가동한지 2~3개월이 돼도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품이 잘 판매되지 않아 공장과 창고에 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그것도 모자라 야외 야적장에도 제품을 쌓아놓고 천막을 둘렀다. 그러나 승상배 회장은 가동을 멈추지 않게 했다. 사전에 사업성 검토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앞으로 팔려 나갈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공장을 가동한지 4개월이 지난 1987년 2월이 돼서야 차츰 수요가 있기 시작했다. 당시 붐이 일던 아파트 건설에 발맞춰 건설업자와 가구업자들이 비싼 합판은 계속 쓸 수가 없었고 파티클보드를 써왔으나 파티클보드보다 품질이 좋은 MDF 쪽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MDF는 파티클보드와는 달리 표면이 깨끗하고 원목의 분위기를 갖춘데다가 내구성 강도가 우수했고, 가격이 합판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MDF가 알려지고 팔리기 시작하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야적장과 창고들에 쌓인 재고는 바닥날 정도로 팔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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