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춘만 前 이건산업(주) 대표이사 現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주위에 낚시광을 친구로 두는 것이다. 낚시광은 처음에는 잡아 온 생선을 집에서 먹다가 점차 기술이 늘면서 더 많이 잡을 수 있게 되었는데 집에서도 어느 정도 생선에 질리게 되면 주위에 나누어 준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고마워하지만 조금 지나면 생선을 손질하기 귀찮아서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사오는 잘 손질된 생선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낚시광인 친구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잡아온 생선을 연안부두의 단골 횟집에 보관하고 친구들을 초청한다. 친구들은 식당 아줌마에게 약간의 수고비를 지불하고 자연산 회를 맛있게 먹는다. 낚시광 덕분에 자연산을 즐기며 근해에서 잡은 것인지 심해에서 잡은 것인지 따져가며 고기 맛을 평할 수 있게 되었다.

낚시광 친구의 말에 따르면 서해에 고기가 잘 잡히는 자리는 유능한 선장들이 자신만의 비밀 자산으로 여기고 절대 남에게 알려 주지 않는단다. 대부분 이런 명당자리는 배가 빠진 자리라고 하는데 오랜 세월 수많은 목선들이 서해를 오가다가 풍랑에 침몰하였고 그 자리를 은신처 삼아 어린 치어들이 자라나는 선순환을 하는 것이다. 나무는 물속에서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 이렇게 침몰한 배들은 물고기들에게 아주 훌륭한 호텔이 되는 셈이다.

남태평양에는 어자원이 풍부하다.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과 일본 해군 사이에 수많은 해전이 벌어졌고 이때 무수히 많은 군함이 바다에 침몰되었는데 이들이 어자원 보호에 도움이 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한편 미 해군은 해마다 여러 척의 퇴역 군함을 수장한다. 그 목적은 어자원 보호가 아니라 해상 전투 훈련이라고 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실감 나는 훈련이다.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런 기사가 올라온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서 이러한 수생(水生) 방틀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으며 정부에서는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인공 어초(漁礁)를 바다 속에 투하하고 있다. 수중 아파트를 지어주는 것이다. 콘크리트 아파트에 사는 고기들을 보며 목조주택을 지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저 콘크리트 아파트는 해양을 오염시키는 면이 없지 않다. 여러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으나 목조주택을 지어주면 해저의 환경도 많이 좋아질 것 같다.

하천을 따라 만들어 주는 수생 방틀은 최근 목재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천 공사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하천을 상당 부분 오염시키는 것으로 밝혀져서 하천 관련된 구조 공사는 목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청계천의 수상 방틀 공사에도 일부 목재 방틀이 적용되었으며 향후 좀 더 많은 지역에서 수생식물과 어족이 편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이제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열악한 환경의 콘크리트 아파트에 살게 하지 말고 전원주택 같은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좋겠다. 바다에서 길러 식용으로 사용할지라도 전원주택에서 자란 고기가 더 건강할 것이다.

콘크리트 건물과 목조 건물에서 자란 생쥐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번식력과 수명에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물고기의 주거 환경에 대한 연구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였으나 그 차이도 상당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간벌재를 이용하면 큰 비용이 들 것 같지 않으므로 산림청과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연구하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것 같다.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이 바다 속에 지어지는 것을 상상해 보며 전원주택에서 자란 물고기라면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자란 물고기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사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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