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춘만 前 이건산업(주) 대표이사 現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흔히 3대 명차로 롤스로이스(ROLLS-ROYCE), 벤틀리(Ben tley), 마이바흐(Maybach, 벤츠)를 꼽는다.
마이바흐는 근래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벤츠의 S-Class로 고급화되었다. ‘황제의 차’ ‘회장님의 차’로 대변되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주문을 받아 장인이 수작업하는 공정이다 보니 공급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당 차 값도 수억 원을 호가한다. 특히 오랜 전통을 자랑하듯 브랜드의 자부심과 기술력은 다른 차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재력가와 유력 인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부와 명예의 상징이 되고 있다. 반면 높은 배기량과 무거운 차체 때문에 연비는 좋지 않지만 차 값을 고려할 때 연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자료 인용: 자동차 대백과)

자기 돈 주고도 마음대로 못 사는 차, 엄격한 심사로 한정된 고객만 상대하는 소위 명차는 뭐가 다른가? 공통적으로 명차는 수작업으로 제작하며 특히 차체와 기계적인 공정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내장에 투입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벤틀리 뮬산(Bentley Mulsanne)의 경우 총 300시간 작업 중 170시간이 인테리어 작업에 소요된다고 한다.

또 이들이 자랑하는 것은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가죽으로 방목한 소(울타리에 가두어 두면 소가 기둥에 긁어서 가죽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의 흠결 없는 가죽을 사용하며 롤스로이스 한 대에는 18마리의 소가죽이, 벤틀리 한 대에는 15마리의 소 가죽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인테리어에 중요한 부분은 나무 판넬이다. 여기에서 언급한 3대 명차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급 승용차의 내장은 최상급의 나무 베니어로 제작한다. 신문 기사에 소개된 벤틀리의 우드 판넬 제조 과정을 보면 좋은 무늬의 나무에서 베니어를 추출하여 3주간 말린 후에 다시 절반으로 쪼개 0.6㎜의 판넬을 만들고 여기에 겹겹이 칠을 하고 광을 낸다고 한다.
또 다른 특징은 탈색과 염색을 하지 않고 원래 나무의 고유한 무늬와 색깔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BBC 뉴스의 벤틀리 공장 취재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벤틀리 공장의 작업자는 약 2,500명이며 이 중 약 1,000명이 목재나 장식품(wood or trim) 작업자라고 한다. 공장 방문 기사에는 기계가 어떻고 하는 것보다도 자동차 공장 내부에 가죽 냄새가 진동하고 둘둘 말아 놓은 다양한 가죽과 베니어를 가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베니어 공정에서는 고객들이 원하는 어떤 수종의 베니어도 공급하기 위하여 다양한 소재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엠보이너 벌(Amboyna burl)이나 벌 월넛(Burr Walnut, 굴 무늬의 호두나무 Burl), 마드로나(Madrona, 철쭉과의 상록수), 바보나(Vavona, 미국산 삼나무 Burl), 메이플(Birdseye Maple, 단풍나무) 등 최상급의 무늬목은 명품 자동차들의 자랑이다.
그들은 이러한 무늬목들을 항습 장치가 되어 있는 특수 창고에 보관하며 베니어 품질을 관리한다. 물론 시대에 따라 고객들의 취향이 변하며 때로는 호두나무풍의 짙은 색을 선호하고 때로는 바보나나 단풍나무류의 밝은 색을 선호하기도 한다.
벤틀리는 그 나무들이 불법 벌목되지 않고 도장 공정에 문제만 없다면 고객이 원하는 어떤 나무의 베니어도 제공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명품 자동차 회사는 기계 회사인가, 인테리어 회사인가?
그들의 핵심 역량은 어디에 있는가?

필자의 경험을 뒤돌아봐도 천연 상태의 무늬목은 그 색깔과 무늬의 차이로 균일한 재질의 베니어를 충분히 만들기 어렵다. 염색을 하면 색깔이 비교적 균일하게 통일되어 작업하기 쉬우나 천연 무늬를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것은 상당히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벤틀리 한 대 제작할 때 나무 한 그루에서 약 4m2 정도 추려내어 5주에 걸쳐 가공하는 과정이 포함된다니 매우 흥미롭다. 게다가 나무 한 그루 벨 때마다 묘목 한 그루를 심는다고 하니 그 정신도 칭찬받을만하다.
잘 모르지만 세계 3대 명차의 경우도 결국 차체나 기계적인 부분 특히 파워나 속도, 운전성, 안전성, 소음 등에서 일반 고급차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명품을 만드는 것은 역시 인테리어라고 생각되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는 컨셉이 주효한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자동차뿐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특별한 고급 수요가 있는 시장에서는 기능의 차이보다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며 나무와 같은 소재를 잘 활용하면 그 제품이 가전이든 화장품이든 오디오든 고급 이미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나 벤츠의 고급 사양을 구입할 때에는 주택을 구입하듯이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밀하게 상의한다. 자동차의 차체는 주택의 골조이고 사람이 직접 사는 환경은 인테리어가 좌우한다. 명품을 따라 잡으려는 렉서스(Lexus) 자동차의 노력도 가상하다. 렉서스의 경우도 결국 명품을 만드는 것은 감성적인 부분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무늬목 전문 업체인 호쿠산, 목재 가공 전문 회사인 텐도목공(天童木工) 등의 목재 회사와 협력하여 원목과 무늬목으로 운전대를 만들고 있다. 운전대 작업에 38일 동안 67단계의 공정을 거쳐 장인의 손으로 칠하고 사포질하는 과정을 거쳐 가공한다고 하니 다른 어떤 부품보다도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전 스포츠카의 명품 포르쉐(Porsche) 매장에 들릴 기회가 있었는데 911모델이나 박스터(Boxter)와 같은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경우는 다르나 세단형의 파나메라(Panamera)나 SUV형의 카이엔(Cayenne), 마칸(Macan)의 경우에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목재로 가공된 운전대를 제공하는 것을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사람의 손이 닫는 부분은 천연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철학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명품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딱딱한 기계 제품인 자동차도 명품의 반열에는 나무의 역할이 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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