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춘만 前 이건산업(주) 대표이사 現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동남아를 방문한 사람들 중 코끼리 여행을 해본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잘 길들여진 코끼리는 매우 유순해서 작업 현장에 많이 투입된다. 주로 운송 작업에 동원되고 있으며 미얀마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조림 현장에서 코끼리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목재 회사들이 중장비를 들여오려고 하면 정부에서 반대를 하곤 했다. 정부 소속의 코끼리들이 실업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준 공무원 신분이다. EBS에서 코끼리 벌목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방영한 적도 있다.
미얀마에는 약 5,000마리의 코끼리가 있으며 이 중 약 3,000마리가 정부 소유의 공기업인 미얀마 목재청(Myanmar Timber Enterprise, MTE) 소속으로 원목을 생산하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

고급 나무로 알려진 티크(Teak)의 주 산지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이지만 자바의 천연목은 거의 고갈 상태이고 조림된 티크가 공급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천연목 상태의 티크는 대부분 미얀마 산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티크는 목재에 기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잘 썩지 않으며 나뭇결도 좋아 야외용 가구재나 바닥재로 사랑받고 있으며 선박용으로 특히 요트나 크루저 등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원목 상태로 사용하는 식탁에도 티크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가공을 하면 처음에는 밝은 빛깔을 많이 띄지만 차츰 갈색으로 짙은 색깔을 띈다. 마치 홍송이 제재 후 세월이 가며 점차 붉은색을 띄는 것과 유사하다. 티크의 오일은 향이 좋아 방향제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며 곤충의 침입을 방지하여 좀처럼 나무가 썩지 않게 해준다.

티크는 밀림에서 40m에 달하는 큰 키에 직경이 2m에 달할 정도로 우람한 몸집으로 꿋꿋이 자란다. 미얀마는 비교적 산세가 험하고 티크가 밀집해서 자라기보다 띄엄띄엄 자라는 경우가 많아 오래 전부터 코끼리 벌목이 도입되었다. 동물의 힘을 빌어 나무를 끌어내리기 위하여 나무에는 소의 코를 뚫듯이 구멍을 내어 끌어당긴다. 이렇게 벌목을 하면 가는 나무는 길게 자르고 큰 나무는 작은 토막으로 자를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직경이 굵은 좋은 나무를 끌어내기 위하여 작게 자르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코끼리가 쇠사슬에 묶여 작업하는 광경이 동물 학대로 비추어지면서 많은 비난도 받지만 미얀마의 산속에서는 우리네 농촌에서 소로 쟁기를 끌고 달구지를 끄는 것과 같이 코끼리와 가족처럼 함께 일하며 살아왔다. 동물 학대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코끼리 벌목은 한편으로 매우 친환경적인 벌목이라고 할 수 있다. 장비를 이용한 현대식 벌목은 도로를 내고 대형 장비를 투입하여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의 작업을 하지만 토양과 생태 환경을 무참히 훼손한다는 단점이 있다. 미얀마에서는 국가가 임업을 직접 관리하는데 티크는 부두에 원목을 여러 무더기로 쌓아두고 경쟁 입찰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여 왔으며 한 무더기씩 쌓아두고 판매하는 모습도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한국 마사회는 공공 기관이므로 그 소속 말들도 정부 소속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얀마의 경우 벌목 사업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코끼리도 정부 소속(주로 코끼리 주인과 하청 계약)이라 정년이 보장되고(실은 혹사이지만) 은퇴 후에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친환경적인 벌채와 동물 학대라는 이슈를 함께 가지고 있는 코끼리 벌채는 앞으로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미얀마 정부가 2014년부터 연간 원목 벌채량을 8만 톤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하였으며 2014년 4월 1일부터 티크 원목과 일반 제재목의 수출을 금지하고 고부가 가치의 가공된 제품만 수출을 허용하도록 정책을 펴나가고 있어 원목의 생산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코끼리는 대량 실업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코끼리 사육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으며 영화 속의 워낭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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