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춘만 前 이건산업(주) 대표이사 現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무는 뉴질랜드에서 들여오는 라디아타소나무(Radiata Pine)이다. 식당에서 흔히 보게 되는 두꺼운 소나무 원목의 식탁 재료가 바로 라디아타소나무다. 그 나이테를 보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쉽게 가름할 수 있다. 30년 정도 지나면 직경 80㎝ 내외까지 자란다.

뉴질랜드는 인구 400만 내외의 작은 나라이지만 면적은 남한의 2.7배에 달하며 온화한 날씨와 화산재의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다. 목축업이 발달하였으며 3,300만 마리의 양과 1,000만 마리의 소, 사슴을 기르고 있다. 20세기초 뉴질랜드는 목축업으로 부유하게 살았으며 특히 양모(Wool)는 뉴질랜드 경제를 지탱해주는 주요 산업이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으로 세계 경제는 무너졌고 양모 시장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후에 합성섬유가 개발되며 뉴질랜드 양모산업은 위기를 맞게 된다.

앞으로 목축업을 어떻게 해야 하나?
뉴질랜드의 미래 산업은 무엇일까?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로서는 농사를 짓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뉴질랜드 정부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조림을 계획한다. 지금은 온천 등 관광지로 유명한 북섬 중부 지방에 위치한 로토루아(Rotorua)에 수목원을 만들고 전세계의 주요 나무를 심어서 어떤 수종이 뉴질랜드에 적합한 미래의 수종인지를 30년에 걸쳐 연구하였다. 1960년대에 이르러 뉴질랜드 정부는 원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던 몬터레이소나무(Monterey Pine)라고 불리는 라디아타소나무(Radiata Pine)가 자국의 소나무보다 3배 이상 빨리 자라는 것에 주목하고 본격적인 조림을 진행했다.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에서는 조림 사업을 위해 감옥의 죄수까지 동원하여 노동력을 보태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조림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라디아타소나무는 인근 국가인 호주에서도 조림에 성공하고 같은 남반부의 온대 기후를 가진 칠레에 보급되어 칠레 목재산업의 부흥을 가져왔다. 칠레 조림 사업의 성공 이야기는 다른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칠레에서 성공한 조림은 인근 아르헨티나, 브라질(유사한 수종임)을 거쳐 지구를 돌아 또다른 남반부의 온대 기후대에 위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성공을 거둔다.

라디아타소나무의 성공은 펄프 용재로 많이 사용되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조림 성공과 더불어 근대사에 환경 친화적인 목재 자원을 공급하여 지구 환경 보존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임해야 하며 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원칙적이고 노력을 기울여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 뉴질랜드가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아마도 지금쯤 뉴질랜드는 가난한 농업국가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미래를 보는 눈과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나 기업이나 멀리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지혜를 뉴질랜드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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