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 김수현 기자

본인은 참 술좋아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술자리는 참 좋아하지만 실제 주량은 소주 2잔에 불과하다.
술자리가 무르익다보면 게임을 즐기기도한다. 그중 순발력을 요구하는 게임은 바로 눈치게임. 서로간에 눈치를 봐가며 벌칙에 당첨되지 않게 요령을 부려야한다.
하고싶은 말에 앞서 서론이 다소 길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우리 산업계의 눈치게임과 같은 이야기다.
기자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때 인천의 한 방부회사 대표님을 만난적이 있다. 첫인상이 참 좋았던 분이다. 그 대표님께서는 제대로 된 방부목, 품질에 맞는 방부목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셨고, 남들보다 빠르게 방부목에 품질표시를 하셨던 분이셨다. 하지만 잘했다고 박수 받아야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박수는 커녕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전혀 다르게 상황이 전개됐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대로된 방부목을 제값으로 판매를 하려다보니 도무지 시장에 유통되는 저급 방부목의 가격을 맞출 수 없다는 게 그 첫 이유였고, 가격경쟁이 팽배한 시장에선 값이 비싼만큼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는게 두번째 이유였다.
결론은 그당시에 품질표시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앞서 준비했지만 노력의 결과는 허무했다.
몇년이 지난 지금, 국내의 방부목재 생산 및 유통업체들은 현재 치열하리만큼 눈치를 보고 있다. 내가 먼저 제대로 된 방부목을 만드는 즉, ‘H1·H2 방부목을 생산하지 않거나 유통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을 했을때 나만 그 선택을 하고 다른 누군가가 교묘히 H1·H2 방부목 제품의 재고를 가지고 시장에 내놓은다면 소비자들은 벌떼처럼 값이 싼 그 제품을 선점하려 할 것이고, 그 기간동안 제대로 된 방부목재만을 가지고 있는 업체로서는 장사를 하기 어렵다는 논리구조 때문이다.
때문에 어느 타이밍에 자사의 제품들도 H3 이상의 제품만을 시장에 내놓을지, H1·H2의 재고를 소진할 시기에 대해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니다. 어쩌면 정리해보니 좋게 말하면 주식시장에서 어느 타이밍에 주식을 사고, 파는 것과 같은 논리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H1·H2 방부목의 시장 유통이 금지되는건 정해졌다. 중요한건 눈치게임의 시작 시간이다.
그 시간은 산림청의 손에 달려있다. 언제(몇월에?) 어디서부터(인천부터? 부산부터?) 어떻게(진짜 벌금을 때릴 것인지?) 단속을 시작할 것인지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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