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ViewPL과 품질

2000년 일본의 PL센터(재판 외 분쟁조정기구의 일종)에 PL과 관련해 들어온 상담내용 중 가구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제품자체의 결함에 의한 것으로 예를 들면 가구의 조립 잘못으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마감의 잘못으로 가족이 다친 예이다. 또 하나는 가구 등에 사용한 도료나 화학제품으로 인해 두통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 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조물책임과 품질을 혼돈하고 있는 것 같다. 즉 품질관리를 잘하면 PL을 다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위의 예처럼 아이들이 사용하는 가구가 아무리 견고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어린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날카로운 모서리에 의해 상해를 입었다거나, 신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 낮은 의자나 책상으로 인해 신체적인 고통을 입었다면 이는 품질과 관련 없는 제품안전의 문제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많은 일가친척들과 더불어 아이들도 많이 모이는 잔치가 열리면 아이들이 어디 가만히 있는가.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어디에선가 어린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먼저 간 아이가 문을 닫으면서 뒤에 오는 아이의 손이 유리문에 끼어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때 유리문은 품질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리문은 튼튼하고 색깔도 좋은 아주 품질 좋은 문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백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출입문을 보면 제품안전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그곳에 서 사용하고 있는 문은 어린이가 손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은 파내고 고무판을 붙이는 조치를 취해서 문에 손이 끼어도 다칠 염려가 전혀 없다.

이것이 제품안전이다. 즉, 제조자가 공급한 제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것('예견가능한 위험'이라고 함)이 제품안전의 근본이다.

PL과 ISO

PL과 품질의 관계가 애매한 것처럼 ISO와 PL의 관계도 얼른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PL도 ISO처럼 또다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예견가능한 위험을 고려하여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할 때부터 안전을 고려하는 것을 예방적인 차원에서 제조물책임예방(Product Liability Prevention)이라고 한다면, 그와 관련한 근거들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을 제조물책임방어(Product Liability Defence)라 한다. PL의 전체 시스템은 ISO와 같은 관리체계로 진행하되 PL에 대비해 미비한 사항을 갖추어 나가면 된다.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이들 간에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ISO는 국내 어느 규정이나 법규에도 ISO인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기업체들이 자진해서 취득하는 것이고, 그것이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대내적으로 각 업무나 그에 따른 권한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강제적인 성격이 없으며 대내용이라 할 수 있다. PL은 이러한 면에서 ISO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PL은 법으로 정해진 강제적인 사항이다. ISO와 달리 임의적으로 결정한 문제가 아니다.

또 한가지 차이점은 기록관리에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며 만일에 대비해 그 기록은 소송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 보여질 수 있는 대외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안전에 관련한 기록은 철저히 유지해야 하며 사소한 기록도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제조물책임법에 대비하되 너무 두려워하거나 기업의 활동을 제약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조금 더 제품에 대한 안전을 생각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안전을 좀더 생각해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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