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목재가공과 (농학박사) 박상범 과장


나무는 해부학적으로 침엽수에서는 가도관, 활엽수에서는 도관과 목섬유가 축 방향으로 배열되어 큰 힘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 세포들은 몇 겹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들이 목재의 실질을 형성한다. 목재의 세포벽은 세포간층, 1차벽, 2차벽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2차벽은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운데 층에 배열된 S2층의 마이크로피브릴이란 미세 섬유소는 경사각이 나무의 축 방향과 10∼30°로 거의 같은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전체 세포막 두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나무가 골격을 유지하며 힘을 받을 수 있는데 크게 역할을 한다.
이런 나무의 세포벽 구조를 본뜬 공학목재가 있다. 원통 모양의 단판적층재(LVL)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2가지 타입이 있다. 심재(芯材, core)에 소경 간벌재를 사용하고 그 둘레를 로타리레이서로 박피한 얇은 베니어를 둘둘 감아서 직경이 굵고 길이가 긴 대경목을 생산하는 타입과 속이 빈 지관이나 철제관을 심재로 사용하고 그 둘레를 베니어로 몇 겹 감아 속이 텅 빈 대경목을 생산하는 타입이다. 베니어를 세포벽처럼 여러 겹으로 둘둘 마는데는 접착제가 사용된다. 단판적층 기둥은 속이 비어 있어 전기배선, 공조시설 등을 속에 넣어 디자인이 깔끔하고, 구조적으로도 같은 직경의 원목 이상의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키다현 노시로시(能代市)에 가면 원통형 LVL 기둥재를 볼 수 있다. 노시로역 앞에 설치된 대형 상징물은 직경 1.4M, 길이 8M로 10년이 지나서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직경 50㎝, 길이 5M의 소나무 원목이 필요하다고 하자. 통직한 대경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청태나 갈라짐 등을 피하면서 건조, 가공하여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원통형 단판적층재 제조법을 적용하면 이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숲가꾸기 등 벌목·조재과정에서 나오는 단척재를 사용하여 단판을 깎고 건조-접착-적층-압체-단판오버레이-도장을 거치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산림에서 벌채·생산되어야 할 귀중한 대경재 또는 고가의 수입재를 대체하고, 요구성능을 맞춘 합목적성 공학목재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합판산업은 식량, 철강과 함께 국가안보 차원에서 지켜야 할 기간산업이다. 원료난과 수입품과의 가격 경쟁으로 어려운 우리나라 합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요구된다. 산림과학원에서는 기존 원통형 단판적층재 제조법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건축·토목·조경용으로 다양한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을 이용한 자가발전형 원통형 단판적층 조명등을 과학원 내에 설치하여 실연시험을 마쳤고 2015년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