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빌더 최현기 소장

건축주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돈만 쓰는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다. 그럼 그 돈은 누구에게 가는가. 실력 있는 사람과 유명한 사람이 맞붙으면 유명한 사람에게 돈이 주어진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실력있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진 유명한 사람에게 건축비용을 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제일 불편한 것이 올바른 교육이다. 잘나가는 시공사 대표에게 “교육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은 건축주가 전문적인 것을 너무 많이 알아서 피곤하다는 뜻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한심한 현실이다. 설계는 어떠한가. 설계자는 많은 분량의 도면을 그린다. 하지만 참고할만한 도면은 공사하면서 몇장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도면대로 시공하면 하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인허가에 필요한 도면 외에 많은 도면을 그리는 걸까. 시공자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좋아한다. 자기 마음대로 공사를 결정하고 그 탓을 설계에게 돌린다. 이런 모습이 수년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고, 국내에서 건축이 시작될 때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전문적인 설계와 시공, 그리고 교육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이어지면서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를 바로 잡는 개인도 없고 단체도 없다. 협회, 조합, 단체 등의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는 곳은 이윤을 추구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이러한 사실을 건축주는 모두 믿지 못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인터넷을 검색해 자료를 수집하는데 가장 관심있는 것은 공사비이다. 예비 건축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견적은 야한 동영상을 보는 기분일 것입니다”라고. 처음 볼때에는 가격에 놀랄 것이며 타 공사비와 비교하면서 금전적 차이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그런 다음에 불신을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싸게 잘 지으려는 속내를 가지고 속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만난다. 이런 건축주들에게 원칙과 올바른 방법을 제시해도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불신이라는 것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법규와 원칙은 아무것도 모르는 예비 건축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말에 대해 대부분의 건축주는 그렇게 하면 돈이 더 들것이고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이 있다. “끼리끼리 논다”. 이말은 내가 건축과 교육을 오래하면서 명언이라 생각한다. 끼리끼리 만나지 않는데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일을 22년간 하고 있는 나는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다. 법규와 원칙에 맞게 하더라도 돈도 벌지 못하고, 내집도 없이 전전긍긍하며 인정도 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TV에 뛰어난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이 많다. 좋아서 노래를 부르고 그 실력이 뛰어나면 모두가 인정해 주는 것이다. 건축시장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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