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건축사사무소 최삼영 대표

한때 가난의 상징 같았던 면 옷이 합성수지 옷에 밀려 천대받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들어서 건강에 좋은 친환경 소재인 면으로 만든 옷이 고급 옷이 아니던가?
아마도 나무집은 마치 면으로 지은 옷처럼 인간의 삶을 자연에 가깝게 품어 줄 것이며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려줄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야말로 초과학적 건축자재라는 역설이 나올 법도 하다. 이제 나무로 짓는 집에 대한 오해는 하나씩 벗자.
과거 물이 보이는 산속의 연수원 설계 공모안을 목구조로 제안했다가, 나무는 물에 약하고 잘 썩는다는 주최 측의 오해로 낙선한 적이 있었다. 물론 대책 없이 나무를 물에 노출시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는 불에 잘 붙으니 화재 시 아이들이 불길에 타서 생명을 잃을 수 있을 거라는 끔찍한 상상력도 낙선에 일조했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대개의 화재 사망 원인이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라는 것을 알고 이야기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보다 재해가 많은 일본은 나무집이 없어야 한다. 지진과 더불어 닥치는 화재에 나무집이 어찌 대응한단 말인가. 경복궁 물 위에 구축된 경회루도 더 썩기 전에 철거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최근 경주 지진으로 온 나라의 건축에 빨간 신호가 들어왔다. 아마 앞으로도 지진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지금의 건축은 거의 재건축이 불가피 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저층 건축은 목구조가 대안이다.
나무는 일단 가벼우면서도 질길 뿐 아니라 진동을 흡수하는 점탄성체 이기에 지진에도 강한 구조다. 화재 시에도 유독가스를 내놓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한 내화재료를 이용해서 시공하면 여느 집과 다름없이 안전하다.
그렇다고 콘크리트나 철로 집을 짓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로 지을 수 있는 집은 나무로 짓자는 말이다. 그래야 지구환경도 지켜질 것이고 좀 더 안전한 삶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무는 살아서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내놓다가 잘려서는 탄소 금고로 변신하여 집이 되고 가구가 되었다가 급기야 인간을 추위로부터 보호하며 스스로는 연기가 되고 한 줌 재가 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잊혀지는 것이다. 이제 내일의 보금자리는 나 없음의 존재인 나무로 만들어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편안히 위탁해 보는 것을 권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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