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벤 전시장

▶ 목공을 배운 송파 근처 지역에 창업을 해도 된다는 스승의 따듯한 배려와 함께 하산 명령을 받았지만, 같은 지역에 창업하는 것은 스승을 배신하는 것이기에 서울 신림동까지 오게 됐다는 반원상 대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와 함께 7년 동안 치열하게 나무와 함께 싸우며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승부사’ 기질이 넘치는 그를 만나 봤다.  최천절 기자

lzieben이 된 이유
lucky의 알파벳 ‘l’과 독일어로 ‘숫자 7’의 의미를 가진 ‘zieben’이 만나서 ‘엘지벤’이 됐다는 홈페이지의 설명을 읽고 간 기자는 자연스럽게 이름의 얽힌 재밌는 사연을 물어봤다. 반원상 대표는 “지벤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처음 시작했는데, 상호분쟁으로 소송이 걸려서 고민하다가 ‘l’을 붙여 엘지벤이 됐다”는 다소 현실적인 사연을 들려줬다. 내심 아름다운 사연을 기대했었지만, 오히려 솔직하고 현실적인 그의 대답 때문에 가벼운 웃음을 머금고 인터뷰를 계속 진행했다.      

수납장

 
‘부디부수’, 디자인을 지원해준 아내와 함께 하다
홍익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원래는 웹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을 오랫동안 해왔다. 목공은 그저 취미였다. 그러던 어느날 반원상 대표는 아들의 2층 벙커 침대를 직접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공방직원들이 오히려 본인들보다 실력이 낫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후에도 가구들을 직접 만들면서, 인테리어를 전공한 아내에게도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여러 공방을 거치면서 5년 정도 경험을 쌓았다.
여느 비전공자들의 케이스처럼, 대부분의 공방 사장들보다 나이가 많았던 그는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섭게 일에 집중했다. 그 때를 회상하며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수제 원목가구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아내가 먼저 인테리어 쪽 일을 가져오면서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됐다. 그때는 아마 지금처럼 사생활이 없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부부가 함께 일하는 장단점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짓궂은 기자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는 결국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사생활이 전혀 없어요. 일 때문에 심지어 이메일도 서로 공유하는데요. 친구들이랑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도 때때로 쉽지 않고, 아예 비자금 형성이 불가능하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비자금’을 말하려는 찰나에 미세하게 목소리가 떨리던 그는 이내 태세를 바꾸더니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분업이 되니까 시너지가 훨씬 큽니다. 아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이다 보니까, 가구와 함께 인테리어 일도 가능하죠. 큰 작업에 들어갈 때는 브리핑이 중요한데, 아내가 3D시안 작업이 가능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큰 강점이 됩니다”.
실제로, 고가 원목 싱크대 작업을 할 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굉장히 민감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미리 실사를 3D로 보여주고 확인을 받다보니,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위험 요소가 훨씬 줄어든다.
아내가 디자인 영역을 책임지다보니, 남편은 작업장에서 훨씬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 말 그대로 ‘부창부수’의 전형이 아닐까. 정확히 말하면 ‘부디부수’ 정도가 되겠다. 아내가 디자인을 하면 남편은 그 디자인을 따라서 열심히 만든다. 이게 바로 콜라보의 품격이 아닐지.

주방 가구

 
이케아와 공방의 관계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근처에 많은 공방들이 문을 조용히 닫았다고 한다.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케아 광명점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케아와 현 시장의 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반 대표는 “이케아가 들어와서 국내 생산 단가 이하로 판매를 하다 보니, 디자인 싸움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버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가로 사업 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맞추려고 하다보면 당연히 무리가 가지요” 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몇 년 전만해도 관악구에서 다양한 공방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반 대표도 목재상에 가면 요즘에는 ‘큰 손’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많은 공방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엘지벤은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돌파한 것일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싱크대

시행착오가 무섭지 않은 승부사 기질
실제로 6-7년 전, 서울에서 거의 처음으로 우드슬랩을 다룰 때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마다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엘지벤은 제재목을 집성해서 주로 사용하는데, 특히 원목을 사용한 맞춤 인테리어를 처음 시도할 때는, 실패할 때 따르는 위험부담이 컸다고 한다.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다 망치고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그는 끝까지 승부를 봤다.
보통 할 수 없는 가구를 한다고 했을 때는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만 하는데도, 그는 그러한 요청을 한 번도 마다한 적이 없다고 했다. 가구제작 시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짜맞춤을 하거나 철물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고객 요구에 다 맞추다 보니,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고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많이 났다. 수종은 주로 화이트 오크나 엘더를 사용하지만 최고급 수종인 호두나무를 다루기도 하고, 테이블과 책장을 많이 제작하지만 요청이 있으면 심지어 무술도장에서 필요한 목검이나 기타 도구들도 마다하지 않고 다 해줬다고 하니, 어찌 인정을 안할 수 있을까.

테이블과 의자

2층 매장을 내려오면서
해보지 않은 분야는 마진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반원상 대표. 늦게 시작했지만, 아내와 함께 지금까지 달려온 그의 길을 함께 돌아보고 내려오면서, 그 자신감 뒤에 묻어있는 수많은 땀과 외로움을 생각했다. 직원들과 소주 한 잔 마시면서 힘든 점을 풀어 나간다는 그와 소주 한 잔 기울여야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승부사라면 피할 수 없는 고독과 계속해서 정면대결 해온 반원상 대표, 내려오는 길에 마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악수를 나눴다.

대표자: 반원상
품   목: 수제 원목 가구
창립일: 2011년 4월 30일
주   소: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551-26
홈페이지: www.lzieb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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