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건축학부배기철 객원교수

목조 아파트? 만약 나무로 공동주택이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도 목조주택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상상해 보라. 얼마나 멋진 일인지…
지난 2월 일본 고치시에 있는 ‘사와다 맨션’을 방문했다. 건축주이자 시공자인 사와다 씨의 이름을 붙인 이 콘크리트 건물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흉측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많은 건축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새로운 주거유형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전면에 과감하게 배치된 램프와 계단을 통해 모든 세대로 연결되는 공간적 전개는 마치 골목길로 이어지는 마을과 같다. 우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가로 공간이 있고, 마을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유 장소가 있다. 건물은 오래되었어도 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카페, 꽃집, 목공방은 마치 동네 구멍가게와 같이 정감이 넘친다. 이 콘크리트 건물을 살펴보고 고치역으로 되돌아가면서 만약 나무로 지었다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콘크리트와 아파트란 재료와 기능이 만나 우리 사회는 결국 아파트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공급자 중심의 대규모 주택단지는 도시를 획일화 시키고, 마을과 커뮤니티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제는 주거공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고층 고밀 개발에서 저층 고밀 개발로, 콘크리트 보단 목재로 이동해야 한다. 주거의 가치와 재료를 새롭게 정립할 시점에 온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젊은 층에서부터 시작된 탈아파트화와 탈콘크리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우리 주거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대규모 고층 콘크리트 아파트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 중, 소규모의 목조 아파트를 짓자는 제안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18층 이상의 목조 아파트와 기숙사가 건립되었고, 40층 이상의 목조건축 계획안이 속속 발표되는 세계적 상황을 안다면, 우리도 도시목조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공유와 협력적 주거 가치를 우선시하는 협동조합주택이나 노인복지주택을 목조건축으로 짓는다면 주거문화의 모멘텀을 이끌어 낼 것이 분명하다. 대규모 택지나 신도시를 개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보다는 도시의 독자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존 도시 조직을 유지하면서 섬세하게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는 가로 건축을 만든 것이 필요하다. 목재는 가볍고 이동이 용이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 구조에 적합한 건설 재료이다.
또한 산림을 체계적으로 경영한다면, 목재는 무한에 가까운 천연자원이며,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에 적합한 미래 건축의 핵심적 자재이다. 현대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공유와 친환경 가치를 담고 있는 목조아파트는 주거환경을 변화시키고 도시 목조화를 이끌 전위적 위치에 설 것이 틀림없다. 이 시점에 영주에 새롭게 시작된 목조 아파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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