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문래역 7번 출구를 나와 문래예술촌의 도심 속 이색적인 반란을 엿보고, 철공소의 차가운 기계음을 들으며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공방. 스페인어로 ‘안락 의자’를 뜻하는 ‘부타카(butaka)’는 한 사람의 삶의 영감이 돼 문래동의 작은 골목 한 편을 채우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시작된 ‘부타카’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걷다 보면 이런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초상권을 존중하는 매너 있는 촬영 문화를 만들어주세요’. 많은 이들이 출사를 나오는 이곳. 어느새 이 뒷골목은 섞이지 못할 것 같은 다양한 문화와 작업이 공존하는 무지개 같은 곳이 됐다. 금속과 윤활유 냄새, 이색적인 카페와 전시관을 배경으로, 신성한 노동의 땀과 예술가의 혼이 느껴지는 곳, 바로 그 너머에 부타카 코리아가 있다.
김일 대표는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고 금융업계에서 일하던 샐러리맨이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의 지루함에 신음하던 그는 결국 어느 날 결정한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겠어”. 과감히 회사를 퇴사한 그는 스페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코스 여행을 떠난다. 많은 이들이 자아를 찾기 위해 가고 싶어 하지만, 동경만 하고 쉽게 떠나지 못하는 그 800킬로미터의 순례여정에서, 어느 날 그는 운명적으로 가구를 만드는 자그마한 공방을 보게 된다. ‘재밌겠네’. 어쩌면 그저 스치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때, 부타카 코리아는 이미 시작됐다. 

큐브 의자

‘햇살’을 찾아 공방을 창업하다
목공을 배우기 위해 그가 있었던 곳은 주로 어린이집 가구를 만드는 주문제작 공방이었다.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원목 가구를 써야하는데, 보통 가격에 맞춰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디자인의 다양성은 확보하기 어려웠다.
반복적인 업무를 벗어나려 목공을 시작했지만, 만드는 가구가 매번 비슷하다 보니 똑같은 어려움이 반복됐다. ‘의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결국 본격적으로 본인의 작품을 즐겁게 만들어 보기로 한다. 문래동, 가좌동, 광흥창, 홍대 주변 등을 알아보던 그에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햇빛’이었다. 지하 작업실이 좀 더 넓고 일반적 이었지만, 빨리 자기 일을 시작하고 싶었던 그는 좁더라도 과감하게 이 곳, 햇볕이 드는 지상 작업실에 터를 잡았다. 

의자

‘작품’과 ‘주문 제작’을 병행하는 공방
‘부타카’의 뜻이 안락 의자인 것처럼, 그가 땀 흘리며 집중하는 작품은 바로 ‘의자’다. 3~4년 정도 공방을 운영해 오면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서 물었다. “작품명은 ‘아드마두라’ 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는 가구 작품들은 주로 곡선에 포인트를 두는 경우가 많았죠. 저는 좀 다르게 접근해 보고 싶었습니다. 곡선을 사용하지 않고, 반듯한 직선만을 이용해서 훌륭한 착석감과 디자인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는 작품을 드로잉 하면서 그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작업 중 먼저 떠오르는 한국어들을 정리해 놓은 다음, 스페인어를 찾아본다. ‘아드마두라’도 그런 경우다. 의자의 디자인이 ‘갑옷’을 연상시켰고, 비슷한 뜻을 가진 스페인어 단어 중 듣기 좋은 발음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의자 작품을 만드는 것에 가장 많은 힘을 쏟지만, 주문이 들어오는 것은 다 만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품의 개념으로 의자를 꾸준히 디자인하고 만들고 있지만, 어떤 주문 제작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운영을 위해서는 이러한 투 트랙 전략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 때는 주로 인천에 소재한 SYWOOD社를 통해 공급받는 하드우드 원목을 사용하지만, 주문 제작 같은 경우에는 근처 자재상에서 구입한 집성목을 사용할 때가 많다.  

반지 케이스

교육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클래스
공방이 다소 협소하다는 점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차이도 있을 것이다. 한 때는 큰 공간으로 옮길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교육공방 쪽으로 무게가 더 실리겠다는 생각을 했고,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가장 다른 것일까. 아무래도 기존 교육공방들은 운영상의 편리함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 진행된다. 물론 아이템 선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교육생이 직접 만들고 싶은 것으로 클래스를 진행한다고 한다.
이유를 듣고 싶었다. “이런 방식이 모객을 하는데는 조금 불리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새로운 걸 가지고 오기 때문에, 시간도 조금 더 걸리고 불편한 구석도 분명히 있죠. 하지만 저는 이런 방식이 좋습니다. 정작 고객 본인에게 필요 없는 물품을 함께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커리큘럼 만들어서 똑같은 것만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재미없잖아요”.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란건 과연 어떤 것일까?

원목 거실장(TV장)

“이것도 가능해요?” 문의에 바로 시도
보통 이곳에 주문 제작을 의뢰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만들어 준다는 곳이 별로 없었는데 제작을 해줘 고맙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공방 초창기에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찾아 온 커플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는 커플이었는데, 나중에는 부부가 됐다. 인연을 이어 오던 그 커플이 샐러드 카페를 창업하게 됐는데, 내부 인테리어에 필요한 가구와 소품들을 함께 부탁받았다. 계산적이지 않은 순수한 열정은 때로 좋은 인연을 만든다. 
 

의자

여유와 휴식 같은 가구들 만들어 나갈 것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훌쩍 스페인으로 떠나고, 거기서 받은 영감을 문래동에 직접 심은 김일 대표. 작년 말에 그는 이 공방에 취재를 나왔던 한 프리랜서 기자와 결혼했다. 이곳까지 걸어온 그의 흔적만큼 결혼스토리도 범상치 않다. 과연 그는 또 어떤 내일을 그리는 중일까. 한 때 그는 목공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외국 유튜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 그도 관련 채널을 만들고 잘 운영하기 위해서 노력중이다. 앞으로 국내외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목공 교육 개념의 영상을 계속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타카 코리아

대  표  자: 김   일
품       목: 원목 가구, 원목 소품
창  립  일: 2014년 2월 26일
주       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33-2
홈페이지: butac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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