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묘한 인연으로 시작된 만남은 오래지 않아 하나의 건축물을 탄생시켰다. 분리돼 있되, 그렇다고 마냥 막혀있지만은 않은 공간은 서로에게 일정거리 이상의 여유와 존중을 주되 끊어지지 않는 믿음과 애정을 더욱 공고히 한다. 작은 마당에 나눔의 공간과 전통적 공간이 공존하는 곳, 여운재(餘韻齋)를 지금 만나보자.

묘한 인연으로 엮인 시작
여운재는 단독주택을 희망하는 50대 부부의 집이다. 노바건축의 강승희 소장은 처음 연락을 받고 땅을 함께 보러 갔다. 양평의 어느 작은 마을인데 한 채 두 채 짓고 있는 곳이었다.
전문가의 손에 의해 마스터플랜으로 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고 전체가 지어졌을 때 마을 전체의 느낌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분양 금액 또한 그 가치에 비해 너무 높게 책정돼 있었기에 그 의견을 드리고 다른 땅을 찾아보는 것을 권해 드렸다. 그리고 두 분 다 교육자 이시기에 통학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거리와 아파트에 익숙한 삶에서 단독으로 옮기는 준비가 필요하다 말씀 드려 가급적 수도권의 땅을 구입하기를 권해 드렸다.
그리고 한달 뒤, 땅을 샀으니 집을 지어 달라고 하셔서 어디인가 확인해 보니 강 소장이 설계한 여현재의 옆옆 땅인 것이다.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했고 현재의 부부도 교육자이기에 묘한 기운이 들었다. 여현재를 설계와 시공을 할 때 수도 없이 가본 땅이어서 대지의 특성을 파악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이 곳도 함께 할 이웃을 고려한 듀플렉스 하우스를 제안해 땅의 특성을 고려한 독립적인 집을 생각하게 됐다.
각자 마당이 있는 집. 그리고 오랫동안 어울려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상했다. 세입자의 집도 독립적으로 만들어 서로 편안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구상이 중요한 점이다. 그러기에 그러하기에 그러한 집이 되는 것이다.

공간을 나눠 각자의 구역을 존중하다
아이들이 다 성장했고 외국생활을 하기에 방은 만들되 필요시 서재로 사용하기도 하는 방으로 구상했다. 그래서 3개의 방을 만들고 1층에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남편은 커피를 즐겨하고 로스팅을 배웠기에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부인은 국어 선생님이기에 독서를 지도하거나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눔의 공간의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냥 거실이 아닌 두 분의 생활과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층의 공간은 주방과 식당의 공간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입식 공간,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좌식 공간을 둬 그 사이에 미닫이 문(슬라이딩도어)을 만들어 벽 속에 넣는 구조를 생각했다.
그래서 열어 두면 단차이가 나는 넓은 거실 공간이 되고 닫게 되면 두 가지 기능을 하게 되는 공간으로 분리가 되게 된다. 좌식의 공간은 필요 시 손님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고려해 화장실과 욕실을 좌식공간에 인접하게 뒀다. 입식의 공간과 좌식의 공간이 함께 있는 거실은 이렇게 2가지 이상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어 부부의 취미를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입식의 공간인 바에서는 외부 마당과 연결되는 거실창이 있고 그 곳은 데크와 작은 정원이 있어 단독주택의 풍부함을 담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임대세대에서도 독립된 마당이 있고 2층 주인세대에서 외부로 연결된 창의 방향을 조정해 세입세대의 마당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하기에 그러하기를….
이렇게 계획이 완성된 집을 공사하는데 건축주는 연구원이어서 공사기간 내 해외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강 소장에게 책임을 다 맡기고 갔다. 설계대로 건축주의 간섭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집을 지으면서 감리와 감독을 한꺼번에 진행했는데 매번 공사의 과정을 메일과 SNS로 알려주고 결정사항 또한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흥이 나지 않았다. 집이 지어지는 과정에 함께 이해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없으니 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흥이 나지 않고 완성된 결과만을 보게 될 건축주에게 숙제 검사받는 느낌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으로 변해 갔다.
가전제품까지 선정해 모든 것이 완성됐다. 준공검사도 완료 됐고 세입자도 인근의 세입자 보다 높은 금액으로 입주를 하게 됐기에 즐거운 마무리가 됐는데 이제 한 가지 건축주의 숙제검사가 남은 것이다. 연구를 모두 마치고 돌아온 건축주는 공항에서 바로 새로 마련한 집으로 왔다. 지어지는 과정을 메일과 SNS로만 보다가 실물을 보니 생경한 느낌도 들 것이다. 두근두근한 맘으로 건축주를 맞이했고 결과는 다행히 만족하는 집이 돼 시공자와 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축주, 시공자, 설계자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근사한 집이 만들어 진다는 말은 정말 정설이다. 모든 것을 다 맘대로 하는 것도 좋지 만은 않은 것이다. 집과 친숙해 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아~ 이런 공간이 이래서 이렇게 된 거구나” 라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과정으로 설계부터 준공까지 그리고 입주자 선정까지 모두 해 본 것은 처음 경험한 것이다. 힘든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시공사와 좀 더 건축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돼 또 다른 경험과 공부가 됐다. 작은 마당에 나눔의 공간의 카페와 차를 마실 수 있는 한식공간이 공존하는 곳에서 그들의 삶이 좀 더 여유로워 지기를 기대한다.

스튜디오 노바(Studio Nova)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노바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따뜻함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건축 작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건축을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빼어난 건축보다는 시간과 삶이 녹아있는 보편적인 건축을 주제로 건축 활동을 하고 있다.
건축의 기본적인 생각은 그 땅이 지닌 시간적 변화를 재구성하는 것과 이를 기본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816080&memberNo=37553359
-한국목재신문 포스트로 기사보기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