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자 철재 브라켓에 끼워 맞추는 목재 루버로 독특한 외관이 특징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에 목재를 엮어 소쿠리를 세워 놓은 듯한 건물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건축물 ‘서편재(㯕編齋)’는 건물의 외벽을 얇은 목재를 루버(얇고 긴 목재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늘어놓은 것) 형식으로 둘러 건축한 건물이다. 서편재는 지상 6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진 규모에 대지면적 330㎡, 연면적 999.45㎡로 올해 3월에 완공됐다.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독특한 스타일의 건축물 서편재는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젊은 지음재社의 이재성 건축가의 작품이다. 그는 첫 번째 작품 서우재로 2014년 서울시 건축상을, 그리고 2015년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 상과 2017년 서울시 건축상을 서편재로 수상한 바 있다.

보통 햇빛을 가려주는 루버라 하면 건물 안쪽 벽면에 설치해 적절한 날씨와 기후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편재의 루버는 적삼목을 12㎜ 두께로 가공해 마치 소쿠리를 엮는 형태로 건물의 외장에 둘렀다. 밖에서 보기에는 말 그대로 하나의 완전한 ‘소쿠리’를 연상시키나 안쪽 건물에서 바라보면 엮었다기 보다는 수직 철 구조체의 안쪽 면에 위치한 ‘ㄷ’ 형태의 브라켓에 끼워 맞추는 형식으로 조립해서 끼워 맞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 만큼 누구나 간편하게 시공과 보수를 할 수 있어 차후, 건물 보수에 대한 편리성은 물론 서편재만의 독특한 외관이라는 두 가지 점을 장점으로 살렸다.

외장 루버로 사용할 재료를 소쿠리 형태로 엮어내기 위해서는 재료 자체에 탄성을 지니고 있는 목재만큼 적절한 것이 없었다. 다만 그만큼 두께가 얇아야 했다. 이재성 건축가는 국내와 일본 양쪽에서 가공 견적을 냈고 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일본 목재업체 목-키포인트(木-Keypoint)에 의뢰해 개당 두께 12㎜에 폭 250㎜, 길이 3m 달하는 루버를 주문했다.

겉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소쿠리같이 보이는 서편재는 현재 위치하고 있는 구로시장이 1970년대에는 편직물 시장이었던 것에 착안해 설계하게 된 건물이라고 이재성 건축가는 말했다.

외벽이 대부분 유리로 이뤄져 있고, 목재가 외부 루버로 쓰인 만큼 화재에 대비해 모두 방염처리를 진행했으며 자연에서 나온 재료인 목재를 강조하기 위해 오일스테인만을 발라 최소한의 인공 처리만 진행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편재는 사람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멋을 더하는 구로시장의 랜드 마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건물을 설계하고 지을 때 건물이 인간이 배제된 추상적인 공간 자체이기보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그의 가치관이 잘 반영돼 있는 건축물이 아닐 수 없다.

이재성 건축가는 “나무가 인간의 삶에 있어 근원적 환경인 동시에 인간 역사의 가장 기본적인 건축 재료였던 만큼 서우재와 서편재에 이어 앞으로도 나무를 사용한 건축물을 지속적으로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편재는 오늘도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후 환경으로부터, 혹은 지평선 뒤로 넘어가는 저녁의 석양이나 두껍게 깔린 매연 너머 별빛이 점점이 보이는 밤에서부터 서편재는 그곳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늘 새로이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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