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가 아니라 전문가를 키우는 곳, 메이앤 공방의 시간은 24시간 멈춤 없이 돌아 간다. 아트 퍼니처 작가로, 때론 선생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김성헌 작가. 오늘도 그들은 같이 호흡하며 서로를 발전시켜 나간다.
 최천절 기자
 


문화를 피우는 곳
공방으로 내려가자 마자 여러 명의 학생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것이 눈에 띈다. 나무로 만든 큰 서핑보드가 문 옆에 세워져 있는 사무실에서 메이앤의 대표인 김성헌 작가를 만났다. 먼저 공방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보통 공방은 주문 제작을 주로 하며 운영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기보다는 공방만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문화를 창출하면서 수입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꼭 어떤 공방이라고 정의하기 보다 이렇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저의 작업실이면서 동시에 신인 작가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주문제작도 하고 나무로 만든 서핑보드 관련 사업도 합니다만 저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문화로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스툴을 이용한 아트 퍼니처
김성헌 작가는 전문가반을 교육하는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아트 퍼니처’ 작가다. 물론 운영 초반에는 가격에 맞춰 주문제작을 할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돈을 떠나서 작업이 재밌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오는 일들 중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제자들 공방으로 넘겨주고 있다.
그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아트 퍼니처 작업은 수십 개의 ‘스툴’을 이용한 조형예술이다. 단품이 아닌 30~40개의 ‘스툴’을 제작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물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품목은 바뀐다. 품목은 주로 디자인을 전개할 때 정해지는데 그의 작품은 주로 ‘자연’에 대한 것이다. 81개의 조각이 만나서 하나의 테이블을 완성하기도 하고 수십 개의 스툴이 모여 자연이 모티브가 된 하나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Bubble, Crack, Wave, Eye 시리즈가 세상에 나왔다.    
 
일단 손을 대면 끝까지 간다
그의 20대는 ‘음악’이 화두였다. ‘브로큰펄’과 ‘펄스데이’ 밴드를 거치며 인디 신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다. 그는 어떤 일이든 한 번 손을 대면 적당히 끝내는 법이 없다고 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규 앨범도 발표하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다 30대는 그 무대가 바뀌었다. 또 다른 재밌는 일 ‘목공’을 찾았으니 이 역시 적당히 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구 제작에 임하는 걸까?
“정말 소소한 것도 일단 손을 대면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뭐든지 ‘아트’라는 개념으로 풀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하다 못해 공방에서 쓸 테이블을 조금 손보려고 해도 거기서 최대한 예술적인 요소를 뽑아내려고 고민합니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내야 하는데, 적당히 마치고 들어가면 집에 들어가도 잠을 못잡니다. 집중도가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밥 먹는 것도 잊습니다. 하지만 한 번 놀면 작업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제대로 놉니다. 서핑보드도 처음엔 놀이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브랜드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단 시작했으면 작업의 최대치를 끌어 올려야죠”.
 
작가를 양성하는 공방 브랜드
끝까지 가는 그의 작업 방식은 ‘교육’을 할 때도 이어진다. 그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제 메이앤은 전문가반을 양성하는 브랜드로 거의 정착했다고 한다. 작가 양성의 최적화된 곳이 되기 위해 이곳은 24시간 열려있다. 어느새 공동 작업실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운영하며 월세를 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으면 그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 언제든지 와서 각자의 예술세계를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누구나 비용을 투자하고 배우면 완성도 있는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갈 것이기 때문에 기술 자체는 이제 그렇게 어렵지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이제는 기술로 먹고 살 시대가 지났기 때문에 그 사람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공인문학’이 나오기까지
현재 공방은 지하 양 쪽에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공방 초기에 다른 한 쪽은 도자기 공방이었다. 3년 차가 접어들 때 확장을 했는데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무리한 투자 때문에 일도 많이 하고 인테리어 일도 해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 그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비전공자로서의 콤플렉스가 약간 있었는데 무언가 작품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홍대 대학원 목조형가구학과에 입학했다. 공방과 인테리어 회사 운영을 병행하며 학교까지 다니다보니 정신은 없었지만 바쁘게 일한 덕에 돈은 많이 벌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초심’이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 끝에 과감하게 인테리어 회사를 폐업하고 공방에서 다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운영 7년차 때 공방에 화재가 있었다. 다행히 건물 자체는 안탔지만, 공방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 이 참에 인테리어 일을 한 번 하자’라고 생각하며, 그는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게 넘겼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판매 목적 없이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공방은 그의 작품으로 점점 채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의 작품을 주목하던 한 갤러리의 큐레이터로부터 개인전을 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작품이 충분히 쌓여 있었던 덕에 바로 그 다음 달, 그는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최근 그는 지금까지의 시간과 철학들을 총망라한 목공 관련 서적을 탈고했다. 그 책에는 목공 입문부터 창업까지의 이야기, 기술과 디자인 전개에 관련된 내용과 함께 그의 작품집까지 담겼다. 그가 생각하는 목공은 정답이 없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의 철학에 기반 해 그는 책 제목을 ‘목공인문학’으로 정했다. 그가 달려온 30대가 책 한 권에 담긴 것이다.
 
우드 아티스트로서의 욕심
최근 그의 프로젝트는 서핑보드였다. 아직 다음 스텝이나 장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 도전하려 한다. 우드 아티스트로 나무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자는 게 그의 목표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도전을 해왔지만 그의 말처럼 또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갈 것이다. 
 
 
메이앤 공방
공  방  명: 메이앤
대  표  자: 김성헌
품        목: 원목 가구, 아카데미 운영
창  립  일: 2008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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