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앤테이크 공방 박정규 대표

▶ 박정규 대표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10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그 감정을 그는 어느 날 손사포를 하면서 다시 느꼈고, 그는 그렇게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서울디자인 페스티벌 신인 디자이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위너,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그의 작품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기브앤테이크 공방을 찾아 박정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천절 기자

서울 이촌동 강변에 위치한 1층 작업실
위치가 좋았다. 한강대교 북쪽에 위치한 기브앤테이크 공방은 예상처럼 쾌적하고 시원했다. 아쉽게도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 건물 때문에 한강은 바로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한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박정규 대표보다 먼저 기자를 맞이하는 두 강아지, 여름이와 겨울이의 환대를 받으며 작업실을 살펴봤다.   
그가 처음 공방을 연 곳은 금천구 독산동 지하에 조그만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2년 반 정도 있다가 현재 위치한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옮길 당시 비싼 월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박 대표는 본인이 원하는 환경이 더 중요했다. 목공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많은 생각들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제는 스스로 어느 정도 결론이 내려지면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할 수 있다. 

개인 작업과 주문 제작, 그리고 아카데미
‘기브앤테이크’라는 이름이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저를 찾아오는 고객들이나 수강생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건 ‘정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믿음을 주시면 정성을 돌려드리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여느 작가들처럼, 본인의 것만 만들지 않고 운영을 위해서 주문 제작과 교육을 병행 중이다. 수익 면에서는 오히려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궁극적인 목표는 본인의 작업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공모전에 참여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 왔다. 본인이 만든 가구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드 스틱 소파를 시작으로 가구 제작
그는 “의자를 가구의 꽃이라고 하지 않나요. 알면 알수록 재밌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의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공모전에서 처음 입상한 것도 의자였다. 의자뿐만 아니라, 그는 평범해지기 쉬운 실용 가구에 본인의 색깔을 심미적으로 입히고자 한다. 그런 고민이 만든 작품이 바로 ‘우드 스틱 소파’다. ‘우드 스틱 소파’는 100% 나무로 만들었는데, 등받이 부분이 ‘살대’로 돼 있다. 그래서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쿠션이 있다. 그는 나무가 휜다는 점을 이용해 딱딱하고 불편한 나무 의자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다른 성질의 쿠션을 대면 편하긴 하지만 직접 나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던 것이다. ‘우드 스틱 소파’ 역시 소재의 특성상 푹신할 수는 없겠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또한, 의자에 대한 관심은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는 없을까? 보통 일반 의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본인이 긴장하고 앉아야 하는데, 그의 욕심은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데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평소 의자에 앉는 자세가 안 좋았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거꾸로 질문을 던져본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가구를 비슷하게 잘 만들려는 관심보다, 기존에 없던 형태를 시도하고자 하는 욕심이 더 크다. 평소에 아쉬웠던 부분을 찾아보고 개선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더 편안한 게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렇게 그는 사용할 때도 더 편하면서 심미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 

Unexpected Triangle Stool

교육도, 주문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의 교육철학 역시 본인을 닮아있다. 그래서 취미반이든 전문가반이든 커리큘럼이 없다. 그래서 가끔 수강생들이 다음에 무엇을 만들어야 하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마다 그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만들어야 제일 재밌습니다. 자신에게 맞으면서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생각하고 만드는 게 좋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방식은 주문할 때도 이어진다. 어떤 고객이 가구를 주문할 때, 그는 고객 본인의 쓰임새를 끊임없이 물어본다. 고객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다. 간혹 어떤 고객은 이렇게 알아야 할 게 많으냐고 하면서 그냥 갈 때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같이 고민하는 것을 선택한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가 준 용기
그는 원래 대학(시각디자인)을 졸업하고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회사가 시키는 걸 그대로 뽑아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해가 갈수록 아쉬움만 커졌다. 결국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고 취미삼아 시작한 것이 목공이었다. 그는 목공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행복’을 다시 느꼈다고 한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기억한다.  
“대학생 때 미술학원 강사를 오래 했었는데, 그 때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행복하고 편했습니다. 대학부터 회사까지 10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죠. 처음 음악을 들으며 손사포를 하는 동안 다시 그 감정이 살아났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그는 기막히게도 지난 9월 25일자 신문에 소개된 ‘메이앤 공방’ 전문가 반을 나왔다. 우연하게 스승에 이어 제자의 공방을 다루게 됐다. 1년 반 정도 배웠을 때 그는 ‘우드 스틱 소파’를 만들어 서울디자인 페스티벌 신인디자이너로 뽑혔고, 이어 같은 작품으로 ‘201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위너로 선정됐다. ‘레드닷 어워드’는 ‘IF 디자인 어워드’,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의 하나다. 고민이 많던 시기에 이 수상은 그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이 계기로 공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본인의 색깔대로 만든다면 누군가는 만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자문자답 후 오케이면 GO! 
“사람들이 메이플 수종을 별로 안 좋아 합니다. 하얗고 무게감도 없어서 합판 같다고 하죠. 메이플로 만든 가구를 전 많이 못 봤습니다. 물론 무겁고 가공성이 좋지 않은 단점도 있지만 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죠. 튼튼하고 휨 가공성도 좋고, 나무 물성의 성질도 좋습니다” 
수종을 선택하는 박 대표의 이런 방식만 보아도 그가 앞으로 어떻게 이곳을 운영할지 엿볼 수 있다. 그는 결정이 필요할 때 기존의 공식을 따르기 보다는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해도 될까?’라는 질문 끝에 어떤 걸 하고 싶고 왜 하는지가 결정이 되면 그는 그대로 진행한다. OK면 진행하고, NO면 과감하게 버린다. 앞으로도 그렇게 더 많은 다른 가구가 탄생할 것이다.

기브앤테이크
대표자: 박정규
품   목: 원목 가구, 아카데미 운영
창립일: 2013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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