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로서의 ‘이재성’을 소개한다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The Univ. Texas at Austin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목재와 자신의 상상력을 결합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건물’을 설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건물이 인간이 배제된 추상적 공간(space) 자체로의 의미 보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장소(place)가 되기 바란다.
 
서우재나 서편재처럼 건물에 목재를 사용한 이유?
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삶의 근원적 환경인 동시에 인간 역사의 가장 기본적 건축 재료였다. 목재는 나무일 때 생명을 가진 존재로, 인종이 같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존재하지 않듯이, 나무를 사용해 만든 제품 역시도 똑같은 나뭇결이나 옹이, 색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개성적이다. 이렇듯 인간과 닮아있는 목재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이 나이를 먹듯 목재 또한 그 흐름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에 지은 서편재 역시 그렇다. 구로시장이 위치한 동네는 낮은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이 살아 있는 동네다.
그런 동네에 현대 공장에서 제작된 철판이나 유리와 같은 인공적인 건축 재료들이 들어선다면 재료들이 주는 차가운 분위기가 동네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위화감을 조성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무를 사용한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재료를 사용해 건물을 짓기로 했다. 구로시장이 1970년에 편직물 시장이었던 점도 건물 설계에 큰 영향을 줬다.
씨실과 날실이 엮여 만들어지는 편직물들에게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회를 이루는 모습이 떠올랐고 그러한 아이디어가 루버(차양막)를 엮어 소쿠리 모양을 한 건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서편재는 건물의 외벽에 입체적으로 루버가 둘러졌기에 시간에 따라 기후에 따라 낮에서 밤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환경에 맞춰 늘 모습을 달리한다. 그러한 자연의 변화마저도 서편재를 완성시키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서편재 건물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편재라는 이름이 나무로 엮은 집이라는 뜻이며 시장 역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어찌 보면 ‘엮이는’ 장소이다. 건물 외관의 아이디어는 편직물 시장에서 착안해 만들어졌지만 은유적으로 볼 때 이러한 뜻도 있다.
소쿠리 모양으로 엮은 겉의 루버가 멀리서 바라보면 다소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실내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가 차단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하는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내부에서 루버 가까이 다가가 밖을 바라보면 눈높이에서 거칠 것 하나 없이 주변 동네가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진다. 목재 루버는 외부로 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는 동시에 외부를 바라보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목재 루버와 보이드의 황금 비율을 찾는 데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아울러 서편재와 같은 세심히 설계되고 공들여 시공된 작품이 시장입구에 들어서는 데에 대해 땅 값이 비싼 청담동과 같은 곳에 어울리는 건물인데 동네에 과한 건물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다. 또 한편으로는 멋진 건물이 시장 앞에 들어서니 앞으로 구로 시장의 환경이 좋아질 거라 기대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건축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보통 스페이스(space) 공간을 뜻하는 단어가 있고 장소, 그러니까 place라는 단어가 있는데 비슷한 단어처럼 들리지만 사실 굉장히 다른 단어다. 공간은 사람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비어있는 공간 그 자체에 추상적인 느낌을 뜻한다면 건축에서 장소는 어떤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그 공간이 정의되는 것을 장소라고 한다.
이러한 장소성이 건축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공간 안에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제한적인 형태에 그칠 텐데 건축은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주인이 돼야 비로소 건축으로써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좋은 건축이고 내가 추구하는 건축이다.
 
이재성 건축가에게  ‘나무’의 의미는?
인간 삶의 근원적 환경인 동시에 가장 기본적인 건축 재료이며 인간 역사와 함께 사냥 도구, 요리 도구 및 건축 재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인간과 공생해온 것이 바로 나무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에야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철과 콘크리트 등 다양한 건축 재료가 있지만 나무야 말로 인간에게 친숙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재료다.
도시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 들어선다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현대 건물들이 주는 비인간성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무는 인간의 삶에 환경적, 정서적으로 필요불가결한 존재다. 인간이 살아나가는 환경인 건축물에 목재가 사용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목재를 이용한 건물들을 지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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