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공을 통해 ‘내 인생을 사는 느낌’을 다시 찾았다. 이인원 공방장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그 느낌과 이어졌으면 한다. 그래서 함께 하는 모두가 그저 공방 회원, 혹은 고객이 아닌, 목공을 매개로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들이 되길 원한다. 끝없이 펼쳐진 목공의 세계, 오늘도 그들은 또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인원 공방장
가구를 만들고 교육하는 곳
한국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사이에 위치한 우공공방. 이문동 언덕에 신선한 햇살을 받으며 활짝 열려있는 공방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가구를 만들고 교육하는 곳’. 그는 더도 덜도 없이 깔끔하게 이곳을 소개했다.
처음 공방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교육보다는 가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에 대한 열심히 생겼다. 그는 “생각보다 교육이 재밌고 매력이 있더군요. 수업을 하면서 좋은 자극도 많이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문 제작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어느새 교육 쪽으로 공방의 무게가 옮겨졌다. 그래서 올 해 3월 더 넓은 공간을 찾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방 전경
목공교육, 1순위는 안전 2순위는 과정
그는 목공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로 ‘안전’을 꼽았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등한시 돼버리는 안전규칙을 그는 겨울 등산에 비유해 강조했다. “겨울산에 올라가는데, 간혹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올라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겨울산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려면 안전장비를 다 갖추는 것이 우선이지요. 목공도 그렇습니다. 보통 마스크나 보호안경을 귀찮게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그는 ‘과정’을 꼽았다. 간혹 이곳을 찾는 회원 중에 복잡한 가구를 이야기하며 얼마나 배우면 할 수 있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당장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목공을 시작하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금방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집중력이 생기고 노하우가 조금씩 쌓일 무렵 즉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정작 본인이 재밌어 하는 것을 만드는 ‘과정의 기쁨’을 놓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주일에 한 번을 하더라도 배우는 사람이 집중을 유지하며 포기하지 않고 한 발을 더 내딛게 만드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회원이 스스로 지쳐서 적당히 마무리 하고 싶을 때 또는 단계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있을 때, 그때야말로 가르치는 사람의 진짜 의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서랍장
시계보관함

“목공이란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는 일”
교육과정의 중요한 부분들을 하나 둘 설명하고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정말로 다양한 회원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데, 어떤 사람은 본인의 능력을 과신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놀러오는 마음으로 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오히려 편안하게 놀러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성취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 때마다 취미로 하는 목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는 공방의 회원들이 공방장의 스타일을 전부 쫓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에게 목공교육은 각각의 개인이 스스로의 즐거움과 스타일을 찾아가도록 돕는 과정인 것이다.
촬영 감독을 그만 두고 공방을 차리다
취재를 오기 전, 기자가 잠깐 살펴본 공방 블로그의 글과 사진들이 범상치 않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깔끔하게 흐르는 글의 문맥과 빛을 이용한 사진의 미장센, 그를 만나 지난 이야기들을 들어 보니 이 모든 게 다 설명이 됐다.
그는 “첫 번째 전공은 국문학이었고, 나중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촬영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꽤 많은 상업영화에 참여했죠” 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단 조수에서 촬영감독까지 올라오는 동안, 대학시절 단편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성취감을 그는 점점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영화 촬영 휴식기에 그는 취미로 처음 목공을 접했다. 그리고 그 때였다.
“목공을 할 때 오히려 과거에 단편영화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렇게 작품 사이 휴식기에 취미로 목공을 즐겼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필요한 걸 만들었고, 나중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영화판 친구들이 부탁을 해서 이것저것 만들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에 인정을 조금씩 받게 됐죠. 촬영감독이라는 직업 특성상 지방이나 해외 촬영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쉬는 시간에 목공을 통해서 그런 불만족을 해결했죠. 그렇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목공 쪽으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테이블과 의자
의자

일본 공방 투어로 다녀온 신혼여행
처음에는 옥상에서 취미로, 나중에는 크고 다양한 걸 만들고 싶어 전문가반을 다닐 때도, 그는 영화판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는 점점 더 구체적으로 공방에 대한 그림을 그려갔다. 스케줄이 일정치 않은 촬영감독보다 아내와 같이 공방을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가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신혼여행도 일본 공방 투어를 다닐 정도로 부부는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공방 자리를 알아보기로 결정하고, 바로 그 날 저녁에 장소를 계약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는 ‘우공이산’을 따와, 공방의 이름을 ‘우공공방’으로 지었다. 언제 끝날지 몰라도 지름길이 아니라 묵묵하게 올바른 길을 가겠다는 그의 마음가짐을 이름에 담았다. 그래서 그는 홍보에 욕심을 내기 보다, 개인과 공방의 내실을 쌓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제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
 
네스프레소 캡슐홀더
작은 시골 공방 운영하기
그는 최근 가구를 배송하기 위해 목포를 다녀왔다. 작은 소품을 주문하던 목포의 한 고객이 점점 더 다양한 가구를 주문하다가, 결국은 온 집안을 이곳에서 만든 가구로 채우게 됐다. 몇 년 동안 이어온 인연, 배송을 위해 내려갔지만 그는 오히려 고객의 대접을 받으며 목포의 다양한 관광지를 함께 다녔다. 한번 작업을 맡기면 일절 재촉도 안하고 기간도 정하지 않는 그 고객과의 인연을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끝까지 몰고 가며 작업할 수 있었다. 
이런 기억과 감정들이 모여 그는 더욱 겸손히 앞날을 바라보게 된다. 그는 디자이너보다 목수라는 개념이 좋다. 그래서 대다수가 선호하는 월넛만이 아니라 다양한 목재를 다뤄 보고 싶고, 유리 마감재를 포함한 더 다양한 마감재들도 경험해보고 싶다. 목수로서 꾸준히 즐기며 연구해 나가려 한다. 그의 최종 목적은 시골에 가서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주문제작과 교육을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한 가구와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첫 마음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우공공방은 오늘도 내일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나무와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이다.  

우공공방
공  방  명: 우공공방
대  표  자: 이인원
품        목: 원목맞춤가구, 아카데미 운영(취미반)
창  립  일: 2012년 12월 15일
주        소: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264-445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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