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고일두 교수
 
우리나라는 나무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여건에 비해 나무로 집 짓는 노력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나무로 집을 지으면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근대화와 도시화로 고층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면서 나무로 집을 짓고 살 기회가 적어졌다. 나무로 집을 지으면 비용이 조금 더 드는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불편하거나 춥고 약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들이 좋은 나무집을 접할 기회가 적었고 오래된 나무집의 추위와 나무 썩음 등의 과거 기억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나무로 집을 지으면 건강하게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어쩌다 그 집을 방문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집을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도 간접적으로 좋은 일이다. 나무로 집을 지으면서, 집짓기에 사용할 나무를 키우면서 탄소를 덜 배출하고 주변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이 멀리서도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좋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누가 비용을 대는가 하는 것이다. 나무로 지은 집의 혜택을 아는 개인은 그 비용을 부담하고도 지을 것이나 아직 그 혜택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나무집의 비용을 감안하고도 나무집이 더 좋다는 점을 알 수 있도록 홍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의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좋은 목조 건축물을 짓는 방법이 있다. 공공의 비용으로 목조 건축물은 짓는 방법에는 건축물을 지을 때 공공이 비용을 지원하거나, 공공 예산으로 공공 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전자의 방법은 국민이 집을 지을 때 콘크리트 건축물보다 더 드는 목조 건축비 차액을 지원하고, 여기에 더하여 국산 목재로 지을 때 수입산 목재와의 차액도 추가해서 지원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공공 건축물들 중 꼭 콘크리트로 짓지 않아도 되는, 더 나아가서는 나무로 지으면 더 좋은 공공 건축물들을 공공 기관이 적극적으로 짓는 방법이다. 특히 나무로 지으면 더 좋은 공공 건축물들이 많다.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은 용도상 높이 지을 수 없다. 더구나 어린이들에게는 나무집이 몸과 마음에 모두 도움이 된다. 마을회관 노인복지시설들도 마찬가지로 이익이 크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관점을 더하고자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많은 건축 자재들은 콘크리트나 철이 바탕이고 이 자재들은 생산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 에너지의 대부분은 화석 에너지이다. 나무 가공에 사용되는 화석에너지 양은 철이나 콘크리트 자재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에 비해 매우 적다.
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자재는 지구가 수억년 동안 만든 화석에너지를 더 빠르게 고갈시킨다. 반면 나무는 우리 생애에 생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러므로 공공건축물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나무로 지어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를 환경파괴 포식자로 부르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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