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트 디자인 랩 황태임 대표(좌)와 박달재 대표(우)
▶ 서울 방배동 지하에 위치한 디자인 연구소, 그들은 창의적이고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일상을 연구한다. 당장은 아니어도 그 당찬 포부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오늘도 그들은 거대한 이름을 품고 방향을 정한다.  

살바도르 달리는 복선
서울 방배동 골목은 묘한 느낌이 있다. 비싼 동네면서도 무언가 그 화려함을 감추는 차분함, 가을이어서 그런지 그 분위기는 더욱 진하게 동네에 배어있었다. ‘크레이트 디자인 랩’에 들어가는 순간, 눈앞에 확 들어오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상화. 기자는 그림 속 달리의 묘한 응시를 의식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가을, 방배동, 살바도르 달리로 이어진 분위기, 하지만 그 안은 기분 좋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한 두 사람의 포근한 아우라가 카페같이 꾸며진 공간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비합리적인 꿈과 환상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방식은 달랐지만 그들 역시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상상의 영역을 가구와 소품으로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작가들이다. 결국 입구 앞에 놓여있는 달리의 초상화는 복선인 동시에 분위기의 반전을 꾀하는 오브제였다.
테이블과 의자
남들과 다른 소재와 아이디어
공방 초기 그들은 청바지에 레진을 섞어 대리석 느낌의 가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 두 공동 대표의 출발점이었다. 최근 그들은 고정관념을 깬 ‘일상의 나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보통은 나무를 만들지 않는 보타이, 비녀, 비누 트레이, 기타 피크 등의 다양한 제품들을 나무를 소재로 풀었다. 지금도 매월 15일이면 새로운 아이템이 발표된다. 이러한 색다른 접근방식은 그들의 교육방식에도 나타난다. 보통 6개월 정도 똑같은 과정으로 진행하는 목공교육 기초 커리큘럼 과정이 많은데, 이곳은 두 달 동안에 수공구 작업 등 필수적인 부분을 완성시켜 준다. 그 다음부터는 회원 본인이 원하는 가구를 함께 만든다. 서로 애정을 가지고 만들다보니, 함께한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모든 과정을 책자로 만들어 회원에게 선물하고 공방도 보관한다.  
가구
클러치백 도마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재창조 하다
최근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작품은 ‘히말라야 체어’다. 이 작품은 안나푸르나 트레킹과 포카라 마을의 기억 등, 지난 여름 히말라야 여행에서 느낀 감동들을 살려 ‘의자’라는 매개로 풀어본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다양한 일상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기존 가구의 정형을 벗어나 표현해 본다. 그래서 히말라야 체어를 진행할 때도 그들은 산 모양과 형태를 가져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봤다. 파리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을 보고 만든 테이블, 트러스 구조의 다리를 보고 만든 장식장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렇게 실용성 안에 심미성을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가구나 소품 등을 아우르며 창조적인 작업을 해 나간다.
 
‘Great’와 ‘Create’의 만남
Great과 Create를 합성해 ‘크레이트(Kreat)’라는 이름을 지어 놓고, 처음에는 두 사람도 이름이 주는 큰 묵직함에 잠시 주춤했다. 그들은 그렇게 이름을 짓고, 최대한 그 이름에 맞게 방향성을 잡고 가기로 했다. 두 단어의 만남 만큼,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된 이유도 궁금했다. 황 대표는 “건축 쪽에서 일을 했는데, 그 분야가 워낙 스케일이 크다 보니 거대한 것에 일부분만 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수 있으니까 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 역시 “경영을 전공하면서 실물이 거래되는 과정과는 멀리 떨어져 문서로 작업하는 것만 하다 보니 실제적인 거래와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만든 걸 직접 팔고 싶었습니다”라고 비슷한 이유를 말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목공을 배우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로를 만났다.
둘은 스타일이나 취향, 심지어 꿈꾸던 일도 비슷해서 금방 친구가 됐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릴 때는 상대방을 향한 시선이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한 사람은 서로가 달라서, 한 사람은 서로가 너무 같아서 끌렸다니, 이러한 엇박자마저도 운명인걸까. 이제 동료이기도 한 두 사람은 묘하게 짝이 잘 맞는다. 황 대표가 일을 저지르고 어질러 놓으면 박 대표가 정리하고 다듬는다. 이런 종류의 팀워크는 진정 서로를 아낄 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녀
시계
다양한 기억의 집합체 
이 공방은 카페 같은 쇼룸과 오픈키친처럼 꾸며진 작업실이 있는 곳이면서, 그들이 지금까지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 낸 수많은 기억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먼저 따뜻한 기억의 자리에는 그들이 도시연대와 서울역쪽방상담소와 함께 진행했던 ‘2016 주섬주섬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이 프로젝트는 쪽방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의 요구를 맞춤형 손기술로 풀어본 사업이다. 황 대표는 “방이 좁아서 대부분의 물건을 위쪽에 매달고 사시더군요. 비용 때문에 합판을 사용해 벽선반과 수납형 침대 등을 작업했는데, 솔직히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분들은 너무 기뻐해 주셨어요”라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때론 회원 본인보다 더 고민하며 함께 만든 작품들을 볼 때마다 공방의 기억은 더 풍성해진다. 3개의 다리 위에 우뚝 선 히말라야 설산의 기품이 아름다운 ‘히말라야 체어’, 서로 다른 색감의 나무 조각과 업사이클이 된 데님의 조화가 돋보이는 ‘잎사귀’ 테이블,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형상화한 ‘뫼비우스트러스’와 같은 작품들은 공방 안에서 다양한 기억을 품은 채 그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듯 한 쪽 구석에 있는 ‘이음’ 테이블은 운동화 끈처럼 가죽으로 묶여있다. 
히말라야 체어
가구마다 맞는 목재 수종 선택해 사용
그들은 계속해서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꺼내 연구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것을 발견하는 중이다. 처음 가구나 소품을 제작할 때는 월넛과 체리가 좋았는데, 계속 만들다보니 목재가 가진 고유의 결과 감이 달라서 이제는 디자인에 따라 수종을 고른다. 마감처리도 다양하게 해보는데, 일반 가구마감은 비오파를 많이 사용한다. 작업실이 지하인 만큼, 냄새가 적으면서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마감재가 필요했다. 작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디자인 페어를, 올해는 코엑스 핸드메이드 페어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매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공방을 연지 3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들은 거창한 이름을 감당하기 위해 오늘도 계속해서 연구하고 실험한다. 그들이 디자인할 다음 일상이 기대된다. 

크레이트 디자인 랩
대  표  자: 황태임, 박달재
품       목: 디자인 가구 및 소품, 주문가구, 교육
창  립  일: 2014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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